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얘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9일 전달했다.
정 실장은 이날 백악관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이런 언급을 전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히 얘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조심해야 하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했다.
아울러 정 실장은 “여기까지 오게 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힘이 됐고,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문 대통령이 저를 여기 보낸 것은 지금까지 상황을 보고 드리고 앞으로도 한미간 완벽한 공조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굉장히 수긍하면서 그 자리에서 “좋다, 만나겠다”라고 회담 제의를 수락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정 실장이 자신에게 사의를 표해준 데 대해 고마움을 나타내면서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뒤 배석자들을 둘러보면서 “거 봐라. 얘기를 하는 게 잘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부탁이 있다.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의 대표들이 직접 오늘 논의 내용을 한국 대표의 이름으로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해달라”고 제안했다.
정 실장은 일단 이를 받아들인 뒤 2시간 동안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 사무실에서 미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과 발표 문안을 조율하고 합의했다.
김 대변인은 “워낙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정 실장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경황이 없었다”며 “발표 문안 조율을 마친 뒤 청와대와 백악관을 잇는 시큐리티 라인을 통해 관저에 있는 문 대통령에게 전화해 합의문 문안 등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 실장의 면담은 미국시간 8일 오후 4시 15분부터 45분간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맥매스터 보좌관,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지나 하스펠 CIA 부국장 등 12∼13명이 배석했다.
한편 우리 측에서는 정 실장 외에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조윤제 주미대사 등이 배석했다.
이에 앞서 정 실장은 맥매스터 보좌관을, 서훈 원장은 지나 하스펠 CIA 부국장을 백악관 내 회의실에서 각각 일대일로 30분가량 면담을 한 뒤 다시 4명이 함께 만나 1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김 대변인은 “이 모임 이후 미국 각료들과의 만남으로 확대됐는데 각료 모임에는 우리 측에서는 정 실장과 서 원장 및 조 대사가, 미 측에서는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코츠 국가정보국장,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등 20여명이 참석했다”며 “여기에서 방북 결과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고 말했다.
1시간 예정됐던 이 브리핑 도중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만나자”는 전갈이 와서 즉각 오벌오피스로 가서 만남이 이뤄졌다.
김 대변인은 “원래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각으로 목요일이 아닌 금요일에 만나기로 일정을 조정 중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빨리 만날 것을 요청했다”며 “결과적으로 각료들과의 만남이 1시간에서 45분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 실장과 서 원장이 백악관에 머문 시간은 모두 5시간”이라고 했다.
전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