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검찰 기소 전 부정합격자 226명 직권면직…소송제기 우려도
靑관계자 “판결 기다리면 구제받고 싶은 사람이 실질효과 볼 수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 채용비리 가담자와 채용 책임자를 엄중 문책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강원랜드 부정합격자 226명에 대한 검찰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이들을 직권면직하기로 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채용비리 연루자의 엄단을 지시하고, 청와대가 발 빠른 조처에 나선 것은 부정합격자를 일벌백계함으로써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천명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강원랜드 채용비리가 불거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부터 채용비리 근절 의지를 밝혀왔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전체 공공기관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채용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지시했고, 올해 신년사에서는 채용비리를 ‘생활 속 적폐’로 규정하고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채용비리 근절 의지를 밝혔음에도 강원랜드 부정합격자와 인사 책임자에 대한 후속 조처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자 이날 다시 한 번 채용비리 연루자를 엄히 문책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채용비리를 적발해 놓고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지시는 부정적인 결과가 올까 두려워서 아무 조처도 하지 않는 공공기관 책임자를 문책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실제 강원랜드 부정합격자 226명은 검찰 수사와 산업통상자원부 조사결과 점수 조작 등을 통해 부정 합격한 사실이 이미 밝혀졌음에도 검찰 기소가 이뤄지지 않아 업무배제 조치만 받았을 뿐 강원랜드 직원 신분은 유지하고 있다.
사실 사법절차가 마무리되기 전 이들을 직권면직할 경우 부정합격자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송전이 벌어질 우려가 있음에도 직권으로 이들의 합격을 취소하겠다는 것은 채용비리를 엄단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울러 법원 판결 결과를 기다렸다가 후속조치를 취하면 부정합격자로 인해 탈락한 피해자의 구제가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마지막 판결까지 나온 후에 조처하면 구제받고 싶은 사람이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사법 판결 전 정부가 먼저 조처를 해야 채용비리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이고 만연한 채용비리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피해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우선 강원랜드 부정합격자 226명을 직권면직하기로 했으나, 공공기관 채용비리 부정합격자와 인사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전방위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강원랜드와 마찬가지로 타 공공기관에서도 검찰 기소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상급기관 조사결과 채용비리로 부정 합격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부정합격자에 대한 직권 면직이 이뤄질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도 후속 조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준공기업이나 민간기업의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도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그 권한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야당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그것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