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놓고 약 4년간 벌인 역사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유네스코가 31일 공개한 신규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한국과 중국은 지지하고, 일본은 반대했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없었다.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에 내는 분담금을 무기로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저지 총력전에 나섰고, 이해 당사국 간 역사 인식에 차이가 있을 경우 대화를 위해 등재를 보류한다는 규정을 앞당겨 적용시키는 외교력을 발휘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여성가족부는 그해 1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위안부 관련 기록물을 모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중국 정부는 ‘공동 노력’을 언급하며 협력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일본은 ‘위안부는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2007년 각의(국무회의) 결정에 근거해 등재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위안부 기록물을 둘러싼 외교전은 중국이 2014년 6월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단독 신청하면서 격화됐다. 2015년 12월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문제 타결을 발표하면서 위안부 기록물 등재에 대한 열기가 식는 듯했으나, 각국 민간단체들은 예정대로 지난해 5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재신청했다.
한국·중국·일본·타이완·네덜란드·필리핀·인도네시아·동티모르 등 8개국 14개 기관으로 구성된 국제연대위원회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은 위안부 관련 자료 2744건을 모아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란 이름으로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작년 10월 분담금 납부를 연기하면서 위안부 기록물 등재 저지에 나섰고, 올해 5월에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에서 이해 당사국 간 견해가 대립할 경우 사전협의를 권장하는 방안을 마련하자 즉각 시행을 요구하며 분담금 납입을 보류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등재 규정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학계 관계자는 “사실관계와 역사 인식에 차이가 있으면 최장 4년간 대화를 독려한다는 개혁안을 소급 적용한 데 대해 일부 IAC 위원들이 미안해하는 것 같다”며 “개혁안의 세부 규정을 정할 내년 집행이사회부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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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7-11-09 13:53: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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