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구진이 눈앞에 놓인 작은 이익을 참고 질서 있게 규칙을 지켜 더 큰 이익을 얻으려는 생쥐 행동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8일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연구팀은 쾌감 자극 보상 실험을 통해 이런 패턴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한 쌍의 생쥐가 뇌 자극에 따른 쾌감을 얻고자 갈등을 겪는 실험을 고안했다.
쾌감은 생쥐 머리에 씌운 헤드셋에 적외선을 쏘여 일으킨다. 보상행동 조절과 관련된 뇌신경(내측전뇌다발)에 전기 자극을 무선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가운데 구역(실험 시작 구역)과 좌우 양쪽 구역(보상받는 구역)이 구분된 특수 케이지를 만들었다. 한 쌍의 생쥐가 함께 가운데 구역에 들어갔을 때 1회차 실험이 시작된다. 좌우 보상구역 벽면에는 각각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하나씩 달렸는데, 무작위로 한쪽씩 켜졌다 꺼진다. 조명이 켜진 쪽 보상구역에 들어간 생쥐는 5초간 쾌감 자극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생쥐가 따라 들어오면 자극은 즉시 멈춘다.
여러 차례 훈련을 통해 생쥐는 '가운데 구역에 동시에 들어갔을 때 보상구역 중 한 곳에 불이 켜진다', '밝은 쪽 보상구역으로 가야 쾌감 자극을 받는다', '상대방이 뒤늦게 보상구역을 침범하면 자신의 쾌감 보상이 중단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 두 생쥐가 다시 가운데 구역으로 진입하면(협동행위) 다음 회차 실험이 시작된다.
이런 실험 결과 연구팀은 생쥐가 두 곳의 보상구역을 서로 나눠 맡는 행동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예컨대 A 생쥐가 왼쪽 보상구역에서 쾌감을 받을 때 B 생쥐는 그 구역에 진입하지 않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가 오른쪽 보상구역에 불이 켜지면 그쪽으로 가서 보상을 얻는 식이다.
상대의 보상기회를 방해하지 않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이런 행동 패턴은 생쥐가 만든 사회적 규칙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연구팀은 판단했다. 실제 실험 생쥐 총 38마리(19쌍) 중 60.5%(23마리)가 훈련을 통해 이런 사회적 규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생쥐마다 보상을 얻는 요령을 숙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달랐다"면서도 "실험 회차가 거듭될수록 생쥐는 보상구역을 할당하고 상대를 방해하지 않는 규칙을 점점 더 잘 지켰다"고 말했다.
생쥐의 규칙 준수 행위가 몸무게, 친밀도, 학습능력, 습관적 방향 선호 등과 같은 요인과는 관계가 없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신희섭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은 "규칙을 무시하는 게 단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는 데도 장기적으로 생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법을 택했다"며 "이런 행동은 인간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