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에너지 강대국 발돋움, 뒤처지는 한국 정책 변경해야
중국은 뛰고 있는데 한국은 뒷걸음질, 관련 정책 재고해야
韓‘핵융합로의 꽃’진공용기 첫 조각 완성, 핵심기술 선도
中, 핵융합 연구 1만 명 양성 목표 , 국가주도로 기술 우위 노려
중국이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해 1억℃에 달하는 열을 내는 ‘인공태양’ 자체 실험에 성공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와 글로벌타임스 등은 13일 중국 정부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 플라스마 물리연구소가 핵융합 실험로인 이스트(EAST·Experimental Advanced Superconducting Tokamak)를 이용해 이러한 성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핵융합 발전소는 수소 가스를 태양의 내부 온도보다 10배나 높은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용한다.
핵융합 에너지는 원료인 수소를 쉽게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사선 발생이 없어 ‘꿈의 에너지’로 불리지만, 태양과 같은 핵융합 반응을 위해서는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지난해 7월 5천만℃의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를 101.2초간 유지한 바 있는데, 1년여 만에 1억℃ 온도를 달성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과 핵융합 분야 전문가들은 원자력과 핵 융합 분야도 한국이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했다면서 정부의 원자력 정책 방향이 조속히 수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전 세계 7개국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공정률이 5부 능선을 훌쩍 넘기며, 다가오는 핵융합에너지 시대를 준비하는 전 세계의 물밑 경쟁도 점차 심화 되고 있다.
한국은 ‘제3차 핵융합에너지개발 진흥기본계획(2017~2021)’에 따라 ‘한국형핵융합실증로(K-DEMO)’ 구축을 위한 장치 설계 등 초기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과 2007년부터 국제핵융합실험로를 공동 건설 중이다.
그러나 작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 퇴역식에서 '탈핵 시대'를 선포한 이후 정부는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탈원전 정책은 국가 핵관련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관련 학과 지원 현황을 보면 1학기 725명 중에는 5명이 선택했고, 2학기 대상 94명 중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더우기 원자력, 핵융합 관련 일부 전문가들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국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나마 국제핵융합실험로에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 작은 희망이라면 희망일 수 있다.
국제핵융합실험로는 무한한 태양에너지의 근원인 태양 중심의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일으켜 전력을 얻는 핵융합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실험장치다.
한국은 ITER와 같은 방식의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를 통해 얻은 경험과 기술력 덕분에 ITER 프로젝트에서 초전도 도체와 진공용기, 블랭킷(중성자·열 차폐물 및 삼중수소 증식재), 조립장비, 전원공급장치 등 핵심장치 제작을 주도하고 있다. KSTAR는 핵융합연이 독자 개발한 세계 최초의 초전도핵융합장치로, 한국 연구진은 2008년 첫 플라즈마를 성공적으로 발생시킨 이래로 세계 핵융합 연구의 판도를 바꿔 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1월 한국은 7개국 중 최초로 ITER 장치의 진공용기를 구성하는 세그먼트(블록)를 완성했다. 진공용기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진공 조건을 만들어 주고, 중성자와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게 차폐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공간인 만큼 ‘핵융합로의 꽃’으로도 불린다.
중국은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원자력과 핵융합 연구개발을 하나의 로드맵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핵융합에너지 연구에 투자하는 비용은 연간 10억 위안(약 1634억 원)에 이른다. ITER 프로젝트와 별도로 핵융합공정실험로(CFETR) 건설도 추진 중이다. CFETR을 거쳐 2030년경 건설 예정인 자국의 핵융합실증로(DEMO) 성공률을 높이고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이처럼 핵융합의 핵심 기술 측면은 아직까지 한국이 기술적 우위에 서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었지만 이마저도 13일 중국의 인공태양 실험 성공으로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더우기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가뜩이나 후속 세대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핵, 원전 관련 분야의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어 더욱 암울하기만 하다.
정부의 정책 재고가 절실한 시점이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과 인도의 주도로 세계 원자력발전소의 발전량이 2040년까지 46%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담긴 보고서를 지난 8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