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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문제, 개인 노력·가족 도움으로 해결못해

후지타 다카노리 ‘2020 하류노인이 온다’ 속편 발간
올해 9월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최상위권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령층 경제활동 참가율은 31.5%로, OECD 평균(14.5%)의 2배에 달했다.
노인이 되어서도 밥벌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취업시장을 맴도는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다.

이들은 평생 하던 일에서 은퇴하더라도 생계형 창업을 하거나 단순·노무직으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과로와 가난에 허덕이는 일본 노인들의 실태를 묘사한 신간 '과로 노인(청림출판 펴냄)은 일본과 똑 닮은 한국 사회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전작 ‘2020 하류 노인이 온다’에서 평범한 삶을 살다가 극빈층으로 추락한 일본 노인들을 조명해 큰 반향을 낳았던 후지타 다카노리다.

 

속편 격인 이번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과로 노인’ 중 한 사람인 다사카 씨는 도쿄의 대형 물류회사에서 일하던 중 금융위기 여파로 58세에 정리해고를 당했다.
다사카 씨에게는 아내와 세 아이가 있었고 특히 막내는 대학 입시를 앞둔 상태였다. 대출도 10년 이상 남았다. 일류 대학 졸업자에 30년 넘게 안정된 직장생활을 했지만 그를 정직원으로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는 시간제 병원 청소, 이삿짐 운반 등을 전전하다가 결국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정착했다. 66살인 그는 묻는다.

“지금은 퇴직금이 조금 남아 있고, 저축해놓은 돈도 있어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갈까요?”

다사카 씨처럼 대다수 사람이 젊었을 때 열심히 일했지만, 노년에 재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 후퇴한 삶을 살게 된다. 초고령의 부모 병간호, 취업하지 못한 자식 부양, 신체 한계,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 야기한 불안 등이 이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밀고 가기도 한다.

노후 문제는 개인 노력이나 가족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것이 책이 말하는 바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이 심한 ‘가족연대책임사회’가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뻗지 못한 채 무너지는 가족을 만든다. 

종종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일가족 비극을 상기하는 대목이다.
해법은 사회복지·사회보장 제도에 있다. 

저자는 고소득자에게서 많은 세금을 징수해 이를 바탕으로 약자를 돕는 ‘구제형 재분배’가 경제성장이 둔화한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다수가 삶이 팍팍한 상황에서는 약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어 하지 않으며, 사회를 갈라놓기만 한다.

책에서 대신 제안하는 것이 저소득자든 고소득자든 전원이 일정 비율의 세금을 부담해 모두가 복지 서비스를 누리게 하는 체제다. 이러한 ‘모두를 위한 모두’(all for all) 체계 아래서 저소득자일수록 소득 개선 효과가 커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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