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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 겨냥 수사•강력통•공안통 검사들 사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라인 모두 사직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호’ 검찰 인사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과 소위 ‘강력통’ ‘공안통’이라 불리는 검사들 등이 ‘좌천성 인사’에 반발, 계속해서 사의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 인사 발표 전후로 검사들이 잇따라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 글을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중간간부 인사를 전후한 지난달 29일부터 1일 오전 기준 35명 이상의 검사들이 사의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장기석(48·26) 전 제주지검 차장검사, 류혁(51·26) 전 창원지검 통영지청장, 고은석(51·28) 전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등 각 검찰청 검사들이 사의를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던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에 대해 ‘좌천성’ 인사가 단행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의혹을 수사했던 서울동부지검의 권순철(50·25) 차장검사, 주진우(44·31) 부장검사는 각각 서울고검 검사와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됐다.


이에 두 검사는 인사 직후 사의를 밝혔다. 권 차장검사는 “인사는 메시지라고 한다”며 전날 사의를 밝혔고, 주 부장검사는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명예롭지도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날 사직 인사를 전했다.


이에 앞서 이들의 상관이었던 한찬식(51·21)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윤석열(59·23) 검찰총장 취임을 이틀 앞두고 사의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인사는 소위 ‘특수통’이라 불리는 특수수사 전문 검사들이 중용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강력통’ ‘공안통’검사들은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인사라는 지적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검찰 핵심 요직이 아닌, 사실상 ‘한직’ 곳곳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대전지검 형사1부장으로 발령된 김태권(47·29)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그동안 너무 많이 감사했다”며 짧은 사직 인사 글을 올렸다. 윤재필(52·25) 서울고검 검사는 이번 인사 직전에 검사 옷을 벗었다.


공안통이라 불렸던 이헌주(47·30)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민기홍(46·30) 전 인천지검 부장검사도 인사 전 사의를 밝혔다. 이에 앞서서는 김광수(51·25) 전 부산지검 차장검사, 최태원(49·25) 전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사직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가적인 사의 표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선호에 따른 인사가 부작용을 낳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검찰 간부는 “검사들이 이번 인사를 지켜본 뒤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더 많은 검사가 사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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