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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평화경제 선언

하림산책 - 박하림(수필가 / 전(주)휴비츠 고문)
일본이 수출 심사 우대 국이라는 이른 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킨다고 발표하자 그에 대응하여 우리 대통령이 평화경제를 통해 일본을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선언을 했다. 아마도 한일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 정부의 대처방안이 허술해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극일 할 수 있다는 결의를 보여주려는 고충에서 나온 선언인 것 같다.

그러나 그 선언이 국민의 우려를 덜고 극일의 결의를 다지자는 차원에서 나온 것 치고는 그 비현실성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으며, 나아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이 그토록 한일 간의 경제현실을 정확히 꿰뚫어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대응책을 선언에 담아내게 보필하질 못하는 가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대체 일본이 한국에 비이성적으로 수입규제를 가한 타당성이나 불가피함이란 무엇인가 궁금하다. 항간에 떠도는 것처럼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전략물자를 뒤로 빼돌려 북한에게 공급, 미사일을 만드는데 사용하게 해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 당했다는 소문의 진위를 해명해야 한다. 더구나 해괴한 것은 그렇게 심각한 안보문제에 제기된 의혹을 언론에서 다뤄 무엇이 진실인지 밝히려하지 않는 것이다. 그게 낭설이면 안보차원의 유언비어 유포 죄를 물어야 마땅하며 정부가 그렇게 했으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그리 머잖은 과거에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중심기조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방침을 선언했을 때도 그 새로울 것이 없이 외화내빈外華內貧한 용어에 비판이 빗발쳤었다.

그게 국가경제가 항시 지향하는 정책이고 기업이 추구하는 경영목표임으로 새로운 방책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마치 신묘한 신탁으로 받은 묘책이라도 되듯이 그 구호에다 온갖 우리 실정에 잘 맞지 않는 옷(정책)을 입혔으니 최저임금제의 졸속한 시행 등 성급하고 무리한 강행이었다. 그 결과 자영업자의 폐업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가중시켰다.

지금 평화경제를 통해 일본을 능가하는 경제를 달성하겠다는 선언이 저 성장정책과 너무도 유사하다. 우선 평화란 말이 잘못 해석돼 쓰였다. 평화가 정착되면 경제가 발전하고 안정된다는 개념은 경제교과서에도 없다. 사실인즉 자유시장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면 평화가 자연히 구현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과의 연합하여 일본에 뒤지는 인구수를 8천만 수준으로 불리고, 내수시장을 합치면 일본에 대응할 수 있으리라는 전제가 오해다. 연속해 미사일을 쏘아대는 터에 저런 전제가 가당키나 한가 의문이다. 북한이 등 뒤에 감추고 있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력이 세계10위권 안에 드는데 만일 북한과 평화를 이룩해 한 경제(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하지만) 형태로 일본과 경쟁한다면 그 순위가 수십 계단이나 떨어질 것이다. 그 정도로 북한경제력은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경제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평가하는 거지만 우리가 일본을 능가하는 경제력을 갖추려면 향후 수십 년이나 걸리리라는 사실을 정부는 진정 모른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의 경제력이나 국력으로 보아 일본과 싸울 경우 우세하리라는 근거가 없다. 예컨대 대일무역의 경우 해방 이후 한 번도 우리가 흑자를 낸 적이 없으며, 현재까지도 고도의 산업기술이나 생산 장비, 측정기기 등의 대일의존도를 탈피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런 평화경제라는 방식의 남북경협을 통한 경제력 제고란 시장경제의 기초지식조차 결여된 수사에 불과하다. 우리대통령이 그 선언문을 공표한 즉후에 화답은 고사하고 미사일을 쏘아 의도적으로 찬물을 끼얹는 북한하고 평화경제를 지향한다는 건 공허한 꿈이다.

한데 대통령은 어떻게 그런 말을 선언문의 수사로 사용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통령의 고충어린 의도인즉슨 국민들의 우려를 덜고 극일 의지를 불태우자고 한 호소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대일의식에는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현실감각과 문제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게 문제다. 우선 극일하자는 국가적 각성이 너무 늦었다. 해서 남북한이 연합하면 일본을 바로 따라잡을 수 있다는 호언은 무책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본과 소모성 감정싸움을 피해야 한다. 국제관계란 힘의 정치인 것, 지금 일본의 조치는 일종의 경제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방책으로 그 경제전에 대응하려는 게 옳은지 냉정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을 속이거나 대안 없이 부추기거나 오도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임진왜란 7년 전쟁으로 당한 전화戰禍의 복구에 무려 백 년이나 걸렸고, 그 참혹하고 치욕스러운 전란을 병자호란으로 다시 겪고도 모자라 급기야 나라를 일본한테 강탈당하듯 빼앗긴 게 다 못난 임금과 무지한데다 애국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조정중신들의 농간과 배신 때문이었음을 모두가 잊어서는 안 된다. 잊고 무책임하게 처신하면

이 나라는 틀림없이 망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조처해야할 중요한 일은 대통령 보좌진용을 혁신하는 것이다. 진영박수나 논공을 타고 포진한 참모들을 과감히 전문가나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재로 교체, 서둘러 대통령의 오판과 무능을 막아 그 품격을 높여야 한다.

당최 우리대통령이 너무 무능해 국정수행의 리스크가 너무 커서 나라 보위가 문제라는 항간의 우려와 비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제발 그런 소리 좀 들리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가 두고두고 그리워할 대통령은 이번에도 아니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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