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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일자리 통계' 늘린 정부

제조업 일자리 16개월째 '한파'…도·소매업도 부진, 40대는 줄고…60세 이상에서 취업자 수 37만7000명 증가

정부가 노인일자리 사업처럼 정규직이 아닌 하루에 1~2시간 일하는 아르바이트성 취업자를 일자리 통계에 합산해 발표하면서 고용률이 석달 연속 상승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30만명대에 근접하고 고용률도 석달 연속 상승하는 등 일자리 상황이 '통계상 호조'를 보인 가운데 우리 주력산업인 제조업에서 벌어지는 고용 한파가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고용 참사' 수준에 가까웠던 지난해 지표에서 비롯된 기저효과를 걷어내고 나면 대표적 지표 몇 개가 겉으로만 좋아 보이는 '착시'라는 우려다.

문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같은 초대형 대외 악재를 고려했을 때 이 같은 불안정한 고용 흐름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다. 경기 부진이 심화된다면 제조업 업황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갈 수 있고 도·소매업 등 다른 민감업종으로도 파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신규 취업자 수는 지난해 4월(-6만8000명)을 시작으로 1년4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통계 작성 기준이 변경된 2014년 이래 역대 최장기간 하락이 지속되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전년 동월 대비 9만4000명이 줄어들었다.

이 배경에는 우리 제조업의 핵심인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과 전기장비 부문의 업황 부진이 있다. 이미 수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수출과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는 투자 등 주요 실물지표로도 드러난다.

제조업 못지않게 부진하고 있는 업종은 도매 및 소매업으로, 지난달 취업자 수가 8만6000명 감소했다. 도·소매업 취업자수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17개월 연속 줄어들다 올해 5월 반짝 반등한 뒤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은 제조업의 업황부진도 도매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업종의 부진은 임시직 근로자 등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 이들에게 직격탄으로 돌아간다. 지난달 임금 근로자 중 임시직 근로자는 8만7000명이 감소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임시직 근로자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난 업종이 제조업과 도·소매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제조업 일자리와 함께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금융보험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들어 지난달(-5만6000명)까지 7개월 내리 감소세다.

반대로 취업자 수가 증가세를 주도한 업종을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4만6000명),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6만5000명), 교육 서비스업(6만3000명) 등이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노인 일자리 등 정부 재정일자리가 포함되는 대표적 업종이다. 60세 이상 인구의 취업자 증가폭이 37만7000명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점과 연결된다.

여기에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1.9%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청년층(15~29세) 고용보조지표3은 23.8%로 역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25만명 감소했고, 아르바이트에 가까운 17시간 이하로 일하는 취업자는 28만1000명이 늘었다. 일자리가 늘었어도 정작 누구나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하나의 우려는 우리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40대의 취업자 수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40대는 17만9000명 줄면서 2015년 11월 이래로 장장 45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인구 감소 등이 적잖이 영향을 미치지만 인구 요인을 감안한 고용률 지표로 봐도 0.8%포인트 하락하는 등 부진이 확인된다.

결국 전반적인 취업자 수 증가나 고용률 지표의 호조 만으로는 당장 올해 고용상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향후 흐름인데 지난달까진 통계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본격적인 영향력이 나타난다면 경기 부진으로 이어져 제조업은 물론 자영업자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 수에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수 증가폭(지난달 10만1000명)도 일본 관광객 추이에 따라 등락할 여지가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60대 이상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보다 많다는 것은 고령화에 대응한 정부의 정책적 효과가 어느정도 나타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제조업 등에 비해 산업 경쟁력이나 생산성 측면에선 확실히 좋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일본 수출규제 자체는 불확실하나 중장기적으로 경기가 더 나빠지는 영향이 있다면 고용에는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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