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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김형석 "행복, 오로지 현재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 출간

모두가 행복을 꿈꾸지만 삶은 녹록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회한이 쌓이게 마련이다. 확고한 신념을 내세우기보다 관조적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 100세를 맞이한 김형석 명예교수(연세대 철학)의 인생관은 낙천적이다못해 낙관적이다. "시련과 고통 없이 성장한 국가는 없다. 사람이 불행한 경험을 하는 것이 손해가 아니다. 편안하게 사는 것보다 고통스럽게 살았을 때 인생이 달라진다."

에세이집 '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와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열림원)에는 삶의 철학과 살아온 이야기가 담겼다. '젊은 세대와 나누고 싶은'이라고 전제, 인생선배의 조언임을 강조했다.

"옛날에 썼던 글 가운데에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읽으면 괜찮을 만한 내용을 추렸다. 정치적 이슈나 그 시대에 속했던 이야기는 금방 사라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이야기, 사상과 윤리는 세월이 지나도 남는다. 철학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문제들이 있다. 사랑하는 20대 전후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시대다. 승자독식, 무한경쟁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김 교수의 답은 명쾌하다.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라. 내가 내 길을 열어야 한다."

 진취적 자세는 역사적 아픔과 맞닿아 있다. "중학교 3학년때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1년간 학교를 쉬었다.

윤동주(1917~1945) 시인과 평양 숭실중학을 자퇴했다. 학교를 그만 둔 사람이 나와 윤동주 밖에 없었다. 윤 시인은 만주 용정으로 떠났고, 나는 고향에서 시간을 보냈다.

학교 대신 매일 평양시립도서관에 갔다. 철학책을 읽으면서 인식론을 읽었다. 생각해보니 학교 다닌 1년보다 책을 읽은 1년이 더 도움이 된 것 같다. 독서가 나를 키워줄줄 몰랐다."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을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과거 어떤 때보다도 젊은이들이 처한 사회여건이 나쁘지는 않다.

당장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에게 대단히 미안하지만, 지난 100년 역사를 돌아보면 그렇다. 사회적 책임은 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와 사회가 연결되어있는 것 같다. 사회가 어렵고 힘들더라도 내가 이 사회에 무엇을 줄 수 있고 바꿀수 있는지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

줄세우기식 입시교육도 지적했다. "한강 남쪽과 북쪽을 연결하는 다리가 1개 밖에 없으면 줄을 서야 한다.

앞사람이 다 건널 때까지 뒷사람은 못 건너간다. 그럴 때 다리를 5개, 10개로 만들면 쉽게 건널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리를 하나만 있는 것처럼 보고 있다. 국가고시와 같은 시험에만 모두 매달려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회 갈등이 극심해지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운동권 출신이 정권을 갖고 있는 한 갈등이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다원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에 성공한 나라가 미국이다. 국민은 있어도 민족은 없다. 심한 종교갈등도 없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이 길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것은 우리 세대 잘못이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경제문제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 들어서 성과를 잃어버린 것 같다. 할 일은 많은데 직장이 없는 게 후진국의 특색이다. 젊은이들이 시야를 넓혀 외국에 진출하면 좋겠다."

사람 나이가 100세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은 건강 비결을 궁금해 한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떻게 하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행복은 먼 미래로 가면 만날 수 있는 선물 같은 것이 아니다. 인간의 행복은 오로지 현재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지금도 나는 학생들에게 충고하는 때가 있다.

 20대 전후가 되어서는 50~60대가 되었을 때 내가 어떤 직업을 갖고 봉사하는 사람이 될지 자화상을 그려보라고 한다.

대학생이 되거나 성인이 된다는 것은 목적이 있는 삶의 출발에서 시작된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지 않는 사람은 자기 인생의 성공을 거둘 수가 없다.

예전에는 100명이 일하면 인생 목표도 100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모두 다른 일을 하더라도 결국 목표는 하나다. 주변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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