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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정책, ‘소득 양극화’ 최악으로 만들었나

통계청, ‘2019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발표 - 1분위 소득 감소세 멈춰…근로소득 -15.3% 6분기째↓
처분가능소득 다시↑…증가폭 2015년 2분기 이후 최대
5분위 소득이 1분위의 5.30배…2분기 기준 역대 최악
"日수출규제 등으로 3분기에도 근로소득에 부담 있어"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 소속 기초수급자 노인 100여 명이 폐지와 리어커를 끌고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올해 들어 소폭 개선되는 듯했던 양극화 상황이 다시 악화됐다. 2분기 기준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 간 소득 격차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벌어졌다.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세가 멈췄지만 눈에 띄게 개선되진 못했다. 소득 재분배를 위한 정부 정책 효과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음에도 근로소득이 여전히 부진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임금 상승 등에 힘입어 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가구(농어가 제외 2인 이상 일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0만4200원으로 1년 전보다 3.8% 증가했다.

분위별로 나눠 보면 소득 1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132만5500원으로 1년 전과 유사(0.0%)했다. 지난해 1분기(-8.0%)를 시작으로 2분기(-7.6%), 3분기(-7.0%), 4분기(-17.7%), 올해 1분기(-2.5%)까지 5분기째 감소하다 감소세를 멈췄다.

사업소득(15.8%)은 늘었지만 근로소득(-15.3%)과 재산소득(-37.6%) 등이 뒷걸음질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한 고용소득은 전년 대비 6.8% 감소했다. 정부 보조로 지급되는 이전소득은 9.7% 증가했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자영업 업황이 부진하면서 2~4분위에 분포해 있던 자영업자들이 1분위로 내려앉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2분기 근로자가구(가구주의 직업이 임금근로자인 가구)의 비중은 29.8%로 1년 전(32.6%)보다 낮아졌다.

1분위 근로소득은 지난해 1분기부터 6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박 과장은 "고용 시장에서의 양적 개선이 질적 개선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 창출 능력의 개선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정부의 소득 보전 노력이 전체 소득의 개선으로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통계청은 지난해 급락했던 1분위 소득이 점차 바닥을 다지고 있는 단계라고 봤다. 박 과장은 "고용소득의 급락세가 진정되는 모습인 동시에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이전소득의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하방 방지선이 두터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5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942만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지난 1분기 2015년 4분기(-1.1%)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세를 회복한 것이다.

사업체의 임금 상승률이 4% 수준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점이 반영됐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차하위계층인 소득 하위 20~40%(2분위)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291만1100만원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 늘었다.

2017년 4분기(2.0%) 이후 지난해 내내 감소하던 2분위 소득은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증가하고 있다.

차상위계층인 소득 하위 60~80%(4분위) 가구는 월평균 명목소득이 전년 대비 4.0% 오른 566만400원이었다. 4분위 소득은 관련 통게가 존재하는 2004년 1분기 이래로 항상 증가해 왔다.

중간 계층인 소득 하위 40~60%(3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은 월평균으로 419만4000원이었다. 1년 전 대비 6.4% 늘었다. 증가율은 2012년 1분기(8.7%) 이후 29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조세, 공적연금, 사회보험 등 비소비지출액은 102만2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8.3% 불어나 증가율은 지난 1분기와 동일했다.

다만 1분기 12.5%, 2분기 19.2%, 3분기 16.5%에 이어 4분기 23.3%까지 치솟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증가 폭은 축소됐다.

실제 가구의 소비 여력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은 368만4000원으로 2.7% 증가했다.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돈을 제외하고 가구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이 이만큼이란 뜻이다. 명목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값으로 계산된다.

처분가능소득은 올해 1분기 2009년 3분기(-0.7%)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비소비지출의 증가 속도가 소득을 앞선 탓이다.

증가 폭은 2015년 2분기(3.1%) 이후 최대다. 분위별로 나눠 보면 명목소득이 늘지 않았음에도 비소비지출이 증가한 1분위만 1.3% 감소했고, 나머지 분위에선 모두 늘었다.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세는 멈췄지만, 양극화 정도는 2분기 기준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국민 소득의 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올해 2분기 5.30배로 1년 전(5.23배)보다 0.07배포인트(p) 상승했다. 2분기 기준 5분위 배율은 2016년부터 4년째 오르고 있다.

이 지표는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수의 제곱근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가구 소득을 개인 소득으로 환산한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5분위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값인데, 간단히 말해 5분위의 소득이 1분위보다 몇 배 많은지를 뜻한다.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불평등의 정도는 심하다는 의미다. 국제 비교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분위별로 보면 1분위는 86만5700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고, 5분위는 459만1400원으로 3.3% 늘었다.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5분위 배율은 9.07배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사적 이전소득을 합한 값인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5분위 배율에서 정부의 소득 재분배 정책 효과를 발라낼 수 있다. 결국 9.07배에서 5.30배를 뺀 3.77배p가 정부 정책 효과란 뜻이 된다. 이는 2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다.

3분기에도 분배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박 과장은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개선의 폭이 더욱 확대될 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미·중 무역 갈등이나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내외적 리스크로 인해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근로소득에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음달부터 개편된 근로장려세제(EITC)가 시행되는 점,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통과로 일자리 사업이 확대되는 점 등은 긍정적 요인"이라고도 언급했다.
올해 1분기 1%대로 떨어졌던 전체 가구의 명목소득 증가율은 2분기에 3%대를 회복했다.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월평균 316만9200원)이 전년 대비 4.5% 늘어나며 전체 소득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월 90만8500원 수준인 사업소득은 1.8%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째 후퇴하고 있다.

이전소득은 월평균 58만800원으로 13.2% 불어났다. 공적연금, 기초노령연금, 실업수당, 아동수당 등 정부 정책이 반영된 영향이다. 재산소득은 2만4900원으로 7.0% 증가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한 실질소득은 3.2% 늘었는데, 2017년 4분기(3.9%) 이후 7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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