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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가 좋은 이유

하림산책 - 박하림(수필가 / 전 (주)휴비츠 고문)
문학을 하는 문인치고 좋아하는 장르의 작가 한둘쯤은 그의 작품을 좋아하거나 그의 문학사상을 사숙한다
. 나의 경우 딱히 그런 인물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은데 유독 독일의 괴테(Goethe)의 경우는 예외다.

그가 83세까지 징수했다는 사실부터 좋아한다.

오십대가 평균수명이던 당시로서는 오래 산편인데 특히 예술인들 경우가 그러했다.

거의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요절했다. 난 어정쩡한 글쟁이라서인지 모르나 예술 한답시고 자중자애하지 않고 생활이 난잡해 스스로 병을 불러들여 결국은 병마나 영양실조와 과로에 목숨을 앗기는 어리석은 처신을 경멸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격언을 싫어하며 인생을 막살다가 죽을 때 이놈의 개떡 같은 인생!‘하며 자기 일생에다 침을 뱉고 발로 걷어차고 떠나는 예술인을 경멸한다. 한데 괴테는 장수의 축복을 매우 멋지게 누리며 열심히 살다 죽었다.

그가 남다른 삶에 대한 열정을 소유해서 창작욕망이 대단했다는 사실이 존경스럽다.

그가 저 세기적인 명작인 파우스트를 60여 년간이나 오장奧藏했다가 여든 살 고령에 완성해 출판한 것은 창작에 대한 대단한 열정 덕분으로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학가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도 존경할만한 인물인 것이다.

그가 자기 인생을 얼마나 즐기며 낭만적으로 살았든가는 선망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는 당시 상류사회에 우명작가로 데뷔해 인기가 높은 터라서 적잖은 여인들과 염문을 뿌렸다. 그러나 그런 애정행각이 추문거리가 되었거나 말썽을 빚은 적이 없었다.

그는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는 열정적이고 낭만적이고 이상적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여든 살 상노인의 연치에 열여덟 처녀에게 그것도 친구 손녀에게 청혼을 했다.

그의 무모하고도 무리한 청혼을 두고 몰염치한 도둑놈 심보라느니, 주책바가지 망 녕 이라느니 비판이 쏟아져 들어왔나 하면 나처럼 괜히 신명이 나 박수를 친 사람도 많았다.

그는 어이없어하는 친구인 그녀 할아버지로부터 심한 말로 거절당했고 그녀 역시 거절했으나 이미 타오른 연정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는 심한 실망의 충격을 부여안고 창작의 성전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청혼이 진실한 영혼의 갈망임을 만천하에 외쳤으니 저유명한 마리엔바트의 비가명작의 탄생이다.

그 명작의 주인공인 그녀가 평생을 미혼으로 살다 죽은 것으로 짐작컨대 그녀 역시 마음으로는 괴테의 청혼을 받아들여 평생 그를 사랑하지 않았든가 싶다.

그 엇비슷한 시절에 유럽 상류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련邪戀사건이 있었다.

파리 상류사회의 화제가 되었던 조각가 로뎅과 그의 모델이자 연인이고 동료조각가인 까미유 끌로델의 사련과 추문에 휩싸인 파경과 비극적 죽음 때문이었다.

로뎅은 모델인 까미유와 뜨거운 사랑에 빠져 사실상 부부로 지내며 조각에 전념했다. 로뎅의 명성은 날로 높아졌는데 놀랍게도 그 근원에는 까미유의 창작 아이디어가

있어 로뎅의 창작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로뎅의 질투를 유발 시키는 사건이 벌어졌다. 까미유의 작품이 로뎅의 작품을 능가하게 된 것이다.

자존심이 상한 그는 애정마저 식어 결국 질투의 화신으로 타락, 그녀와 결별했으며 불우하게 살다가 말년에 거의 혼자서 동사하다시피 일생을 비참하게 마감했다.

괴테의 일생과 비교할 때 너무나도 명암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 괴테가 얼마나 멋지고 용기 있는 사랑을 하며 산 일생이었든가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일생을 산 괴테가 남긴 <人生訓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과거사를 잊고 미래를 바라보라고 했다. 될수록 성내지 말라고 했다. 분노란 후회만 낳을 뿐이기 때문이다.

현재를 즐기라고 했다. 인생이란 현재의 연속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정성과 열정을 쏟아 즐기고 보람을 찾으라는 것이다. 남을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증오라는 것은 인간을 비열하게 만들고 인격을 타락시킨다 했다.

끝으로, 미래를 하느님에게 맡기라고 했다. 여호와 이레, 하느님께서는 살피시고 주시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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