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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된 여인숙 새벽 화재… '달방'살며 폐지 줍던 노인들 3명 참변

사망자 3명, 한달 12만원 주고 '달방' 생활하며 생계 이어가
19일 새벽 4시 전북 전주시 덕진구 서노송동의 한 여인숙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3명이 숨지자 출동한 소방관계자들이 추가 인명 수색을 위해 잔불을 제거하고 있다.

19일 오전 4시 3명의 노인이 숨진 참사가 벌어진 전북 전주의 한 여인숙은 장기투숙객이 많이 이용하는 노후 건물이었다.

참사가 발생한 여인숙은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에 있는 '목조-슬라브' 구조의 낡은 건물로 1972년에 사용 승인됐다.

이 곳의 전체면적은 72.94㎡로 방 한 개에 6.6㎡(약 2평) 남짓. 모두 11개의 객실이 오밀조밀 박혀있다.
 
갑작스런 화재로 여인숙 3번째 방 김모(83·여)씨와 7번째 방 태모(76)씨, 8번째 방 신원 미상의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른바 '달방' 생활을 하던 이들이 잠을 자다 숨진 여인숙 방 한칸의 가격은 한달에 12만원 수준. 막다른 인생에서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 힘들게 벌어 먹고사는 보금자리였다. 

달방은 보증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허름한 여관에서 선불로 일정 금액을 내고 장기투숙을 하는 것을 말한다.
태씨 등은 폐지나 고물을 수거하며 장기투숙했고, 김씨는 이 곳에서 숙식하면서 관리를 맡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름은 여인숙이지만, 사실상 '쪽방촌'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비좁은 공간에서 고령의 노인들이 불길을 피해 탈출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여인숙에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신고를 한 주민은 "새벽에 갑자기 '펑'하는 폭발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은 신고가 접수된 지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화마의 기세가 강한 상황이었다.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불길이 문이나 창문 바깥으로 뻗어 나올 정도로 거세게 일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펌프차 등 장비 30대와 인력 86명을 동원해 2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으며, 이 불로 여인숙 건물이 모두 타 무너져내렸다.
 
소방 관계자는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 사망자들의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새벽에 갑자기 불이 난 데다 건물이 노후화돼 안에 있는 사람들이 탈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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