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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한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를 규탄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자유한국당이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법 개정안 의결에 반발해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을 예고한 가운데 국회 일정을 중단하는 원내 투쟁은 물론 부산, 서울에서 잇단 장외집회를 열기로 해 당분간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치협상은 일체 없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강경한 원칙이 누그러지지 않을 경우, 다음 주부터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더라도 모든 일정이 올스톱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의당, 바른미래당 등 일부 야당의 주도하에 선거법 개정안이 29일 강행 처리되자,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강력한 원내·외 투쟁에 돌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원내·외 투 트랙 투쟁 방식으로 정부 여당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황교안 당대표는 "민주당의 정개 특위 선거법 날치기는 국회법을 위반하는 위법적 행위로 원천 무효"라며 "똘똘 뭉쳐서 이 정부 폭정을 막아내기 위한 모든 투쟁을 다해야 한다. 원내 모든 상황은 원내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주고, 원외 투쟁에 대해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당 지도부를 믿고 함께 싸우는 그 길에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예고한대로 선거법 의결 여파는 이날 오후 곧바로 나타났다.
당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돌연 취소됐다. 두 곳 모두 한국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둔 상임위원회다.
이에 따라 예결위는 2018회계연도 결산안 처리가 무산됐고, 외통위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지소미아 사태, 한미방위비분담 등 외교부·통일부의 관련 현안보고가 진행되지 않았다.
한국당은 원내 투쟁뿐만 아니라 원외 투쟁의 수위도 차츰 끌어올리고 있다.
우선 30일 부산 송상현광장에서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갖는데 이어 다음날인 31일에도 서울 광화문 인근 사직공원 앞에서 장외투쟁을 마련한다.
박맹우 당 사무총장은 "온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번 주 금요일 부산 장외집회에 이어 오는 토요일에는 광화문에서 집회가 계획됐다"며 "조국 후보자가 사퇴하고 지명 철회할 때까지, 그리고 선거법을 막을 수 있는 힘을 얻을 때까지 우리 당의 하나 된 모습을 과시하고 국민 분노를 담겠다"고 밝혔다.
선거법 개정안이 정개특위 문턱을 넘어 법사위로 이관되지만 패스트트랙의 법적 효력도 저지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에 정개특위 안건조정위원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28일 접수한데 이어 권한쟁의 심판 청구도 검토 중이다.
선거법 표결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고 당 차원의 고발도 진행한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과 제1소위원장 및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은 김종민 민주당 의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가처분 신청이나 권한쟁의 심판 청구는 다소 시일이 걸리고 승소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상정을 거치는 11월 말부터 총력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선거제 개편안과 예산안을 연계하는 전략으로 여당을 압박했듯, 이번에는 한국당이 예산안과 선거법을 연계 처리하는 전략으로 민주당 압박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은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하면서도 인사청문회는 제외했다. 이에 따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이날 차질 없이 진행됐다.
반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한 협상은 다시 난기류에 빠졌다.
민주당이 증인채택 건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요구서를 법사위에 제출해 사실상 '지연 전술'로 증인 없이 청문회를 열 태세를 보이자, 한국당은 인사청문회 실시 계획서 채택 자체를 보류해 다음달 2~3일로 합의한 청문회 일정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한국당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청문회 합의가 늦어지면 그 날짜만큼 (청문회 날짜를) 순연해야 한다"며 "증인, 참고인을 저쪽에서 끝까지 합의 안 해준다고 하면 맹탕 청문회, 나아가선 청문회를 안 하겠다는 걸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증인 채택 문제를 합의해야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이 확고하지만 증인 채택 문제가 불발되더라도 청문회 자체는 보이콧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적 관심이 큰 인사청문회를 제1야당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임의로 보이콧할 경우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도 있고, 당 내에서도 조 후보가 불성실한 답변 태도로 청문회를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더라도 이 자체가 국민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큰 만큼 청문회를 여는 게 득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법사위 소속 김진태 의원은 입장문을 내 "검찰 압수수색 당하는 피의자를 청문회장에 불러내 뭐하겠냐는 비판도 높고 백번 공감한다"면서도 "조국 청문회 증인 어떻게든 합의하자. 이미 핵심 증인은 다 해외로 도피했고, 가족은 안 된다 하면 증인은 의미없다"며 증인 없는 청문회도 수용할 뜻을 비쳤다.
당 일각에서는 의원직 총사퇴가 거론될 정도로 강경한 대여 투쟁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지나치게 오랜 기간 전선을 넓힐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국회는 야당의 무대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등 굵직한 일정을 남겨두고 국회를 포기하거나 장외로만 나갈 경우 한국당의 손실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장외투쟁 때도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었지만 외연확장은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주주의 기본 질서인 선거제마저 법과 질서를 유린해가면서 힘의 논리로 해보겠다는 이 민주당, 우리 국민과 함께 탄핵하겠다"며 "앞으로 패스트트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체 정치 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조국 청문회 보이콧 논란과 관련, "일단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고, 의원직 총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