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종합병원'으로 명칭변경…의료법개정 추진
의사의뢰가 원칙…환자 요구 종이의뢰서 폐지도
|
서울 한 대형병원의 응급실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
환자들이 가벼운 질환에도 대형병원부터 찾는 쏠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우선 상급종합병원 명칭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바꾸고 지정기준과 보상 체계도 중증환자 중심으로 개편한다.
병·의원 의사 판단에 따라 직접 대형병원에 진료를 의뢰할 때만 수가를 적용하고 환자가 발급받는 종이의뢰서는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경증질환으로 대형병원 이용 시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도 인상키로 했다.
대형병원, 중증환자 돌볼수록 유리…상급종합병원 명칭 변경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환자 집중 해소를 위한 이 같은 내용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4일 발표했다.
먼저 현재 전국 42개 상급종합병원 스스로 중증환자 진료 비중을 늘리도록 2021~2023년 제4기 지정 시 입원환자 중 중증환자 비율을 최소 21%에서 30% 이상으로 높이고 중증환자를 더 많이(최대 44%까지) 진료하는 병원에 더 높은 평가점수를 부여키로 했다.
반대로 입원환자에서 경증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16%에서 14%로 낮추고 경증외래환자 비율도 17% 이하에서 11% 이하로 축소한다.
이 기준보다 경증환자를 더 적게(입원8.4%, 외래4.5%까지) 유지하면 차등점수를 주도록 항목을 신설했다.
수가 구조도 개선해 내년 상반기부턴 100개 경증 질환 외래환자에 대해선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산정하던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의료기관 시설·서비스·장비 등 차이를 고려해 적용하던 종별 가산율(30%) 대상에서도 배제키로 했다.
대신 중증환자에 대한 수가 보상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한다. 중환자실 등에 적정 수가를 지급하고 다학제 통합진료료 등 중증환자 심층진료 수가도 합리적으로 조정해 대형병원이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특별히 중증환자 위주로 심층 진료를 시행하는 병원엔 별도 수가체계를 적용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기능 인식을 어렵게 하고 병원 간 순위 매기기란 오해 소지가 있는 '상급종합병원' 명칭도 의료법 개정을 추진해 중증종합병원으로 바꾼다.
'의사 직접의뢰' 원칙…환자 요구 종이의뢰서 단계적 폐지
이번 단기대책 추진 방향은 '아프면 먼저 동네 병·의원에서 진찰받고 의사가 의뢰하는 적정 의료기관에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 마련'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턴 병·의원 의사가 적정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직접 의뢰하는 '의사 직접 진료의뢰'를 원칙으로 하고 의뢰·회송시스템을 활용해 의사가 직접 의뢰한 경우에만 의뢰 수가를 적용한다.
지금처럼 환자가 병·의원에 진료의뢰서를 요구하고 발급받아 선택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 가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은 개별 의뢰서 제출 환자보다 의뢰·회송시스템으로 의뢰된 환자를 우선 접수·진료한다.
환자들이 개별 제출하는 이른바 종이의뢰서는 중·장기적으로 폐지하거나 본인부담을 부과하는 등 추가 개선 방안을 검토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진료 집중 해소 차원에서 의료기관 간 의뢰 과정에서 각종 진료내역·상정보 등을 진료정보교류로 공유해 환자 편익을 높이고 불필요한 추가 검사 등을 줄일 수 있도록 한다.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다른 전문진료과목 의원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의원 간 의뢰'도 활성화하기 위해 의뢰수가를 시범 적용하고,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서울·수도권으로 진료 의뢰를 하는 경우 의뢰수가를 차등 지원해 불필요한 서울·수도권 집중도 완화할 계획이다.
실손보험 보장범위 축소…지역 의료기관 내실화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나 상태가 호전된 환자를 신속히 지역 병·의원으로 돌려보내는 회송도 활성화한다. 회송 대상 유형 등 기준을 마련하고 회송 절차 규정, 회송 시 진료협력센터 역할 등을 강화해 이를 각종 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환자는 회송 이후 다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까 우려해 회송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정부는 증상이 심해져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다시 필요해진 경우 신속히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신속예약제' 운영을 유도하기로 했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개선하려면 의료전달체계를 바꾸는 일만큼 환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복지부는 실손보험 보장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검토해 대형병원을 이용해도 환자 부담이 거의 없는 문제를 해소한다. 대형병원에서도 실손보험 처리가 가능해 환자들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100개 경증질환을 가진 외래환자에 대해선 현재 60%인 상급종합볍원 이용 본인부담률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본인부담상한제에서도 이 치료비는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동시에 환자가 지역 내에서 안심하고 적정한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료 기능·역량 강화에 나선다.
지역에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할 수 있는 종합병원을 '지역우수병원(가칭)'으로 시범 지정하고 환자 집중 해소 성과 등에 따라 추후 제도화하기로 했다.
특정 과목이나 질환에 대한 전문의료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문병원 지정·평가제도를 올해부터 내실화하고 일차의료기관 만성질환관리 사업 및 의원급 교육상담 시범사업 등도 지속 확대한다.
중증입원, 응급, 심뇌혈관 등 필수의료가 적절히 제공될 수 있도록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나아가 복지부는 의료기관 종별 역할 재정립, 중증·경증 판단기준 재검토, 의료이용 제한 도입 여부, 의료이용 수요 체계 및 자원 수급관리계획 마련 등 중장기 대책 마련을 위해 의료전달체계 추가 개선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이달 중 구성할 계획이다.
노홍인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으로 경증환자는 동네 병·의원을,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도록 여건을 개선하고 환자가 질환·상태에 따라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진료의뢰·회송 등 협력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