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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폐기’여론높다

대만,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 폐기‘전기요금 폭등, 블랙아웃 공포 전력난’ 원자력계“원전산업 붕괴 우려, 급격한 탈원전 악영향”靑에 국민청원 시작
전국 9개 대학교 원자력학과 학생 대표들이 지난 9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원전 정책 졸속 행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대만 국민투표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폐기되고 프랑스도 원자력발전 의존율을 현재의 75% 수준에서 50%로 낮추는 일정을 10년 연기했다고 공식 발표하자 원자력학계,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 정치권 등 각계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탈원전 폐기’ 국민청원도 시작됐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60% 가까운 찬성으로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의 가동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조항을 폐지하자는 제안이 통과했다. 탈원전 정책 이후 대만에서는 전력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었다.

대만은 올해 4∼8월 여유 전력이 10% 이상인 상태를 의미하는 ‘녹색 신호’가 켜진 날은 13일에 불과했고 수요가 공급에 육박할 때 켜지는 ‘황색 신호’가 연일 이어졌으며, 이보다 경계등급이 높은 ‘오렌지 신호’가 켜진 날도 18일이나 됐다.

지난해 8월에는 다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고장으로 대만 전국 가구의 절반이 정전되는 ‘블랙아웃’ 사태도 발생했다. 이처럼 전력수급 불안에 시달리던 대만 국민들이 탈원전 정책을 스스로 폐기한 것이다.

대만 투표를 관심 있게 지켜본 원자력계는 우리나라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민심을 국민투표나 여론조사 등의 방식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는 대만의 탈원전 이행과 폐지 과정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이고 객관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에교협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기술력을 갖춘 우리나라에서는 탈원전에 따라 원전부품 공급망과 원자력산업의 붕괴까지 예상되기 때문에 대만보다 더 큰 국가적 충격과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지난달 26일 대만이 국민투표에서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탈원전 정책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전기요금 폭등과 블랙아웃 공포, 대기오염 증가를 불러온 대만 진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라면서 “우리 원전산업은 대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산업기반이 허물어지고 있고, 원전의 백지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전기료 폭등으로 서민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블랙아웃으로 산업 현장이 마비되는 재앙이 닥쳐야 위험한 폭주를 그만둘 것인가”라며 “더 늦기 전에 기만적, 위선적, 퇴행적 탈원전 정책을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별다른 에너지 자원이 없고,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로 전력 소모가 많은 대만의 선택은 탈원전이 재앙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우리나라는 전력수급 문제에 더해 원전산업이 주요 수출품이라는 점에서 급격한 탈원전이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도 “우리처럼 전력망이 고립되고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는 대만은 탈원전 이후 전력수급이 불안정해졌다”며 “우리도 나중에 겪을 일인데 원전 제로(0) 정책을 과연 국민이 얼마나 지지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대만의 ‘탈원전 반대’ 국민투표를 계기로 원자력계가 우리나라도 탈원전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주요국 탈원전 정책 결정 과정과 정책시사점 분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주요 탈원전 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하면 공론화 과정과 의회에서의 입법 과정이 결여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강현주 기자 olda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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