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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來 마이너스 물가 시대…日 '잃어버린 30년' 오나

통계청 2019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 물가 상승률, 1965년來 첫 마이너스
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의 모습.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래 처음이다. 내수 시장 부진에 따른 저물가 만성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활력을 잃고 내수가 상당히 부진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통계청이 3일 내놓은 '2019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104.85) 대비 0.04포인트 낮아졌다. 물가 상승률은 -0.04%다. 전월(104.56)보다는 0.25포인트, 0.2% 올랐다.

통계청은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저조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농산물은 올해 봄~여름 기상 여건이 좋아 공급이 원활했는데 채솟값이 폭등했던 전년의 기저 효과까지 겹쳐 물가를 낮췄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1.4% 하락했다. 전년 8월에는 9.3% 상승한 바 있다.

석유류의 경우 국제 유가가 낮은 점이 반영됐다. 지난달 배럴당 59달러에 팔렸던 두바이유는 불과 1년 전 74달러에 거래됐다.


유류세 인하 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지난달 휘발윳값은 리터당 1494원에 불과했다. 전년 8월 1618원보다 124원이나 싼 가격이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달 물가 상승률에 농산물은 -0.53%포인트, 석유류는 -0.30포인트만큼 기여했다"면서 "외부 요인이 큰 농산물 가격과 유가에 의해 지수에 큰 변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첫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두고 이 과장은 "디플레이션(Deflation)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소비 부진의 영향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일시적이고 정책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는 설명이다. 2%대의 경제성장률 기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도 세간의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를 진화하고 나섰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긴급 거시정책협의회를 열어 한국은행과 물가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책을 논의한 뒤 "디플레이션은 아니다. 연말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0%대 중후반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자기실현적 부담'을 언급하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없는데 자꾸 언급하다 보면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위축 시켜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차관은 특히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했을 때를 보면 부동산 등 자산에 상당한 거품이 있었고 (그게 꺼지면서 연관된) 주식 등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컸다"면서 "한국은 부동산과 금융 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변동성이 초래될 가능성도 작다"고 힘줘 말했다.

내수 시장이 부진한 것은 맞지만 일본과의 연관성을 찾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민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재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 현장을 보면 폐업하는 업체가 많고 시장에서도 물건이 안 팔린다. 경기는 상당히 부진하다"면서 "어느 정도 발전된 경제 체제에서는 민간 소비의 비중이 큰데 지금은 소비 주체의 수요 활동 자체가 위축돼있는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과의 연관성에 관해서는 "다른 부분이 많다. 일본은 부동산과 금융 자산의 가치가 한꺼번에 떨어지면서 소비 주체의 소비 여력 전망이 급격히 나빠진 사례"라면서

"한국의 경우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모를까 아직 일본과 같은 국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등 지표를 보면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면서도 "'한국의 내수 시장이 부진하다'거나 '활력을 잃고 있다' 수준에서는 공감하지만 지금 당장 일본의 거품 붕괴 시절을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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