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삭발'을 감행했다. 한국 정당사에서 제1 야당의 대표의 삭발 투쟁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한 찬반 의견도 쏟아지고 있지만 제1야당 대표가 '삭발'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한 '조국 임명 강행'을 밀어붙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지난 10일 최초로 삭발을 시작한 이후, 제1야당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주영 국회 부의장 등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 지방의원들이 삭발 행렬에 동참하고 있고 시민단체들 또한 가담하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에 정치권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단체에까지 일파 만파 퍼지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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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앞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규탄하는 삭발을 하고 있다. |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10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것 아니면 이럴 수 없다. 누가 누구를 개혁한다는 것이냐”면서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대국민 사과하라”며 삭발했다.
이 의원은 “저는 이것이(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생각한다. 이제 조국을 향한 분노가 문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되고 있다. 이게 나라냐며 들었던 국민 촛불이 ‘그럼 이건 나라냐’라며 대통령을 향할 것이다”라고 분노했다.
그는 “이번 조국 사태로 문 정권을 떠받치는 386세대 운동권의 민낯이 드러났다. 우리는 조국과 그 주변세력을 보며 운동권 세력이 이제 괴물이 돼버렸음을 목격하고 있다”며 “시대착오적 수구세력이자 국가 파괴세력, 민주화 훈장을 앞세워 사회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나와 다르면 부수고 망가뜨리는 파시즘 독재를 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보수세력을 기득권으로 몰아붙이며 민주화와 적폐청산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그들에게 권력을 빼앗아 온 새로운 기득권 세력이 됐을 뿐이다”라며 “우리는 그들의 그럴듯한 위선에 완전히 속아넘어갔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그 단물을 온갖 비정상적 방식으로 빨아먹는 추악한 위선자가 돼버렸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평등과 공정을 외치며 국민들에게 성공의 사다리를 빼앗아버렸다. 자신들과 그 가족들은 치열한 경쟁을 건너뛰고 특권과 반칙을 통해 구름 위로 올라가있었다”며 “자기 편이면 보편적 양심과 윤리조차 저버린 채 맹목적으로 편드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탄식했다”고 했다.
또 “정의를 내세운 정당(정의당)은 국회 배지 위에서 정의를 짓밟는 추태를 보였다”며 “이들이 말한 공정과 정의는 알고보니 그들만을 위한 공정과 정의였다. 이제 그들은 청산해야 할 새로운 적폐가 됐다”고 일갈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삭발을 감행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과 조국의 사법유린 폭거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범죄자 조국은 자신과 일가의 비리, 그리고 이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를 돕기 위해서 사법 농단을 서슴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마시라”며 “그리고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낸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내려와서 검찰의 수사를 받으라!”고 외쳤다.
자유한국당은 17일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조국 법부장관의 5촌 조카가 구속되자, 이를 공세의 고리로 삼아 조 장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릴레이 삭발 투쟁과 광화문 촛불집회로 대정부 투쟁을 강화했다.
한국당은 조 장관이 5촌조카만 구속하는 ‘꼬리자르기’로 위기를 모면할 경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저항권 투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범야권의 투쟁 동력을 결집하기 위해 다른 야당과 물밑접촉을 벌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조국 5촌조카 구속에 대해 “조국 펀드의 실체를 입증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혹여나 5촌조카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소위 ‘꼬리자르기’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다. 구태하고 기만적 수법으로 이 상황을 모면하고 덮으려 한다면 훗날 후환이 두배 세배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얼마 전 조국 청문회가 위기에 왔을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소위 국민청문회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원맨쇼를 진행했다”며 “이제 조국이 법무부장관에 임명되고 나니까 국민의 알권리를 박탈하는 공보준칙을 바꾼다고 한다. 정말 후안무치한 여당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수석은 “이것이야말로 여당과 조국이 그토록 비판했던 권력의 사유화 그 자체”라며 “권력의 사유화를 막았고 국민의 알 권리 방해하는 수사공보준칙, 그 개악은 국민으로부터 큰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강효상 의원 등 원내외 인사들의 릴레이 삭발 투쟁도 있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의 상임고문인 이재오 전 의원과 박대출•윤종필 한국당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국 사퇴를 요구하며 머리를 밀었다.
그는 “단식도 많이 했지만 머리를 깎을 수밖에 없는 제 마음이 비통하다”며 “한국당은 더 강력한 투쟁으로 문재인을 끌어내고 조국을 감옥으로 보내는데 더 힘차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대출 의원이 직접 머리를 밀기 시작하자, 김 전 지사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효상 의원은 이날 오후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삭발식을 갖고 조국 장관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문재인 정권을 강력 비판했다.
강 의원은 성명성를 통해 “조국이 앉아야 할 자리는 장관실이 아니라 재판정 피고인석”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지금껏 가식과 위선으로 점철된 채 정의로운 척, 공정한 척 국민들을 가르치려 들었던 위선자 집단”이라고 규탄했다. 송영선 전 의원도 이날 오후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삭발에 동참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 등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한국당의 투쟁에 대해 “명분도 감동도 주지 못하는 뜬금없는 행동”이라고 규정하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