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65세 고용확보조치 선택지 중 하나
재고용시 임금 낮아져 기업에는 유리
"과도한 임금하락 근로의욕·생산성↓"
|
18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1층 로비에서 열린 '2019 부산장·노년일자리박람회'를 찾은 장·노년층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부산시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산상공회의소 등이 공동 주최하는 이날 박람회에는 지역 기업 60여 곳이 참여해 35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2019.09.18. |
18일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 대응책에서 법적 정년 연장을 뺀 건 정년 60세를 시행한 지 3년밖에 안 된데다 그에 앞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고령자 고용 연장 방안으로 재고용을 골자로 한 '계속 고용 제도' 도입을 2022년부터 검토하기로 했다.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면서 기업 선택권도 보장하겠다는 취지인데 이를 먼저 도입한 일본에선 임금 하락 등 문제를 겪고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범부처 '인구정책 TF(태스크포스·특별기획팀)'이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고용반 첫번째 과제로 '고령자 계속고용 및 재취업 활성화'를 꼽았다.
고령자 계속 고용은 정년 연장과는 다르다. 법제화가 필요한 정년 연장 대신 기업들이 정년이 지난 60세 이상 고령자를 채용, 늘어나는 고령자로 줄어드는 15~64세 생산연령인구를 대체하겠다는 대책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것도 23년 걸렸다. 우리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정년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당장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취지는 아니고 사회적 논의를 지금 정도에서 학계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게 필요하지 않냐는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60세 정년이 불과 3년 전인 2016년 시행된 상황에서 다시 정년 연장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중기 과제로 2022년부터 '계속 고용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계속 고용 제도' 사례를 제시했다.
1998년 4월부터 기업에 60세 정년을 적용한 일본 정부는 2004년부터 65세까지 고용 기간을 늘렸다.
당시 일본 정부는 기업들에 2013년 4월 전까지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도록 하는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적용토록 하면서 세가지 선택지를 줬다. 계속 고용 제도 도입은 정년 폐지, 정년 인상 등과 함께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였다.
계속 고용 제도란 노동자가 60세에 도달하면 퇴직 후 기업이 재고용해 65세까지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6월 기준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한 일본 기업 15만6989곳 가운데 79.3%인 12만4135곳이 계속 고용 제도를 택했다. 정년 폐지는 2.6%(4113곳), 정년 연장은 18.1%(2만8359곳)에 그쳤다.
한국 정부는 이런 계속 고용 제도를 다양한 형태의 고용 연장 방안으로 소개한 것이다.
문제는 계속 고용 제도 이면에 자리한 '일자리 질의 저하'란 그림자다.
계속 고용 제도는 고용의 지속성을 담보할 뿐이다. 퇴직 후 재고용 때 임금은 퇴직 이전보다 낮아진다. 2015년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조사에 따르면 민간 대기업에 다니는 61세 노동자 4명 중 1명이 그 이전에 받던 임금의 60%만을 받았다.
한국처럼 연공서열이 강해 나이가 들수록 임금 수준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일본 기업들이 정부의 고용 연장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계속 고용 제도의 임금 하락 요소가 있어서였다.
임금 수준 감소는 고령자들의 노동 의욕 저하로 이어져,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김명중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준주임연구원은 "정부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일정 규칙을 적용해 임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조정하지 않으면 고령자의 임금수준이 크게 떨어져 오히려 생산성이 하락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일본처럼 기업과 산업별로 각자 상황에 따라 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