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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8월 고용 지표에 자화자찬한 '靑·정부'

취업자 수 증가 대부분 '노인' 몫, 3040·제조업·금융업 일자리 냉랭
취업자 수·고용률·실업률 호조에
靑 "고용 측면서 정책 성과 나와"
부총리 "고무적, 의미 있는 변화"
그러나 지표 뜯어보니 낙관 불가

전문가 "경기 전환 논하기 일러"


8월 고용 지표를 두고 청와대와 정부(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모두 "정책 성과가 나타났다" "고무적인 변화다"라며 반색했다. 취업자 수·고용률·실업률 세 지표가 모두 호조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비교 대상인 '지난해 8월' 지표가 나빴던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30~40대와 제조업 고용 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분다. "축포를 쏘아 올리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달 고용률이 8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낸 가운데 가장 높았다"면서 "이런 고용 상황의 개선이 특정 부문에 국한된 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연령대에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황 수석은 이를 "정책성과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관되게 다져온 정책 방향을 꾸준히 추진했고 성과들이 고용 측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 배경으로는 "자동차 생산, 조선 수주 등이 개선돼 고용 호조에 기여하고 있다"며 '제조업 구조조정 일단락'을 꼽았다.

홍 부총리도 칭찬을 보탰다. 그는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서프라이즈(Surprise)! 반가운 마음"이라면서 "이런 고용 개선은 매우 고무적이며 또 매우 의미 있는 변화와 추세다. 이런 변화가 착근되도록 모든 정책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통계청은 이날 '8월 고용 동향'을 내놓고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5만2000명 늘어났다"고 밝혔다.

증가 폭이 2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고용률은 67.0%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실업률은 3.0%로 1999년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취업자 수·고용률·실업률 세 지표 모두 긍정적이지만 이를 자세히 뜯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비교 대상인 지난해 8월 상황이 나빴다.

당시 취업자 수 증가치는 3000명. 올해 8월(45만2000명)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29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고 홍보하기에는 바닥이 너무 깊었던 셈이다.

취업자 수 증가분을 연령대별로 살펴봐도 불안감은 남는다. '60세 이상'에서 전체 증가분의 86.5%인 39만1000명이 증가했다.

등·하굣길 도우미 등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노인 일자리'가 견인한 셈이다. 노인 빈곤율을 낮춘다는 의미는 있지만 부가가치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30~39세' 취업자 수는 9000명, '40~49세'는 12만7000명 감소했다. 한국 경제의 '허리'로 여겨지는 30~40대의 고용 여건은 여전히 나쁜 상황이다.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2만4000명,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금융 및 보험업은 4만5000명 줄어들었다.

실업률이 낮아진 것도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지난달 구직 단념자 수가 54만2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일할 의사가 없는 구직 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 실업률을 낮추는 착시 현상을 초래한다. 취업 활동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도 34만9000명이나 늘었다.

이에 관가 바깥에서는 "경기 전환을 논할 때는 아직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광두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지난해 5월 이후 통계를 선별적으로 이용해 대국민 홍보용으로 활용하고는 했다"면서

 "한국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책 당국자들이 이런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듯해 답답하다"고 했다.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무역 갈등을 빚어오던 미-중 양국이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내달 고위급 협상이 끝날 때까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정부는 조만간 화이트리스트(White-List·수출 우대국 목록)에서 일본을 배제할 예정이다. 제조업 업황이 단기간 내에 좋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재영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 폭 축소에는 기저효과의 영향이 있어 (제조업 상황) 전환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 "수출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고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 성장세 약화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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