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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秋分) 절기 - 夜久月寒珠露滴(야구월한주로적)

손주들을 위한 할아버지 서당 - 한자 성어로 보는 24절기 - 만공(滿空) 배재수
夜久月寒珠露滴(야구월한주로적)
‘깊은 밤 달빛은 싸늘한데 구슬같은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지네.’

당(唐)나라 시인 시견오(施肩吾780~861) 의 漢詩작품 ‘秋夜山居’(추야산거) 4행 중 2행의 구절로 추분무렵의 달밤풍경을 잘 표현했다.

시인은 당나라 헌종때 항주(杭州) 제일의 장원(壯元 : 과거시험 수석 합격자)이며 ‘관미인’(觀美人)이라는 시로 유명하다.

지난 23일은 추분 절기였다.
추분은 24절기 중 16번째로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에 있으며 음력으로는 8월 중이고 양력으로는 9월 23일 경이다.

추분점은 천구상(天球上) 황도(黃道)와 적도(赤道)의 교점 가운데에서 태양이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으로, 적경(赤經)과 황경(黃經)이 180도이고 적위(赤緯) 황위(黃緯)는 모두 0도가 된다.

춘분과 추분을 흔히 ‘2분’(二分)이라고도 총칭하는데 하지(夏至) 이후 낮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져서 추분이 되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실제로는 태양이 진 후에도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는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더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추분 이후부터는 차츰 밤이 길어져서 바야흐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옴을 실감할 수 있다.
비슷해 보이는 추석(秋夕)은 음력이 기준이 되지만 추분은 태양력으로 정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추분은 특별한 명절로 여기지는 않지만 일본에서는 24절기 중 춘분과 추분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여러가지 전통적 기념행사를 벌이고 있다.

장마와 태풍의 계절이 지나고 이 무렵은 대부분 청명한 가을 날씨가 이어 진다.
바로 이 때를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고려시대에서는 이 절기에 나라에서 노인들의 장수를 기원하는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냈다고 한다.

농경사회가 아닌 요즘에는 없어진 풍습 이지만, 운동회 소풍 축제 등 본격적인  가을 문화행사가 시작되는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은 추분에 부는 바람으로 이듬해 농사를 점치곤 했다. 추분에 건조한 바람이 불면 다음에 대풍(大豊)이 든다고 여겼다.  그리고 추분이 사일(社日 : 귀신의 날) 앞에 들면 쌀이 귀하고 뒤에 있으면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또 추분에 작은 비가 내리면 내년 농사가 풍년, 날이 개면 흉년이 들거라 여겼다고 한다.
농사력에서는 이 시기가 추수기이므로 온갖 채소와 과일 곡식이 풍성해지는 때다.

가을의 대표적 상징인 고추를 따서 말리며 각종 과일의 수확이 시작된다.
버섯의 황제 자연송이버섯이 제철을 맞이 한다.

가을에 먹는 버섯은 비타민 D가 풍부하며 특히 강한 햇빛에 말린 버섯을 먹으면 비타민 섭취에 아주 좋다고 한다.

이 시기는 벌써 겨울을 맞을 준비도 해야 하는데 곡식추수는 물론이고 아낙네들은 호박고지 박고지 고구마순 등을 좋은 햇빛에 말려서 영양가 풍부한 겨울반찬 재료로 비축하기도 한다.
말(馬)은 물론 모든 동물들과 사람도 겨울을 대비 살을 찌우는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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