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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채를 왜 쓰냐”고? 골프채의 허(虛)와 실(實) IV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74

우리나라 고유브랜드의 골프채는 과연 몇 개나 되며 시장 점유율은 얼마나 될까.
한국골퍼들은 주로 해외 유명브렌드를 선호하고 있는데 그래도 가끔 국산 브렌드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1위 반도체제조 왕국이 최고품질의 골프채 만드는 것 쯤이야 식은 죽 먹기가 아닐까.
1990년대 중반 어느 겨울 골프에 한창 빠져들기 시작할 무렵 친구들과 태국으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골프장에 해외전지훈련 을 갔었다. 한국인이 소유한 것은 아니고 장기임대해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골프장이었다.

불편하게 골프채를 갖고오지 말고 유명 브랜드 고급골프채를 저렴하게 대여하니 사용해 보라고 홍보를 해서 일행 중 일부는 맨손으로 와서 대여채를 쓰게 되었다.

한 친구가 “국산채를 왜 쓰냐”면서 몇가지 브렌드를 시타 해보고 선택한 채가 랭스필드(LANCE FIELD)라는 브랜드였다. 그런데 그날 너무나 잘 맞아서 그 골프채의 판매처를 물어 봤는데 한국산이라고 해서 경악했다고 했다.

귀국 후 그 친구는 곧장 그 브랜드 풀세트를 샀다며 채자랑이 끝이 없었다.
국산채를 말할 때는 ‘국내 브랜드 채’와 ‘국산채’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다른 공산품처럼 골프채 제조방식도 100% 완제품 해외 OEM 구매, 또는 일부 공정만 국내에서 거친 후 우리나라 상표를 붙이는 방식으로 이것을 ‘국내 브랜드’라고 한다.

현재 국내 브랜드로는 랭스필드, 미사일( MISSILE ), 매킨리(McKENLY), 데이비드 (DAVID)와 코오롱 그룹의 엘로드 (ELORD)가 풀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드라이버와 우드 전문업체는 벵(BANG), 비욘드(BEYOND)및 도깨비가 있다.

국산화율이 가장 높은 업체는 랭스필드와 엘로드이고 퍼터로 유명한 부산의 브라마 (BRAMA)도 완벽한 국산채 풀셋트를 내놓고 있다.

이들의 가격은 외국 브랜드에 비해 30만~60만 원 정도 싸게 팔리고 있으며 랭스필드의 프리미엄 신제품은 일본 브랜드와 가격이 대등하다. 헤드와 샤프트로 구성된 채에서 헤드는 주물 또는 단조제품으로 국내외 브랜드 공히 중국에서 OEM으로 공급 받는 경우가 많다.

헤드보다 중요한 샤프트는 일본제품이 많지만 국산인 MFS 샤프트도 지명도가 높아지고 있고 특히 해외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샤프트 제조기술은 일본과 대등한 수준에 와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국산 낚싯대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샤프트 선두주자 코리아 MFS(대표 전재홍)는 10여 년 만에 세계적 브랜드로 도약해서 세계 샤프트시장 약 20%점유율로 한글 모델명 ‘오직’(OZIK) ‘이루다’ (IRUDA) 등이 장착되고 있다.

최경주 포함 세계적 유명선수 60여명 이상이 MFS 샤프트를 쓰고 있다.
랭스필드(대표 양정무)는 국내 완제품 선두주자로 창업후 27년간 국내시장 점유율을 15%까지 끌어 올렸다.

양회장은 경기도 포천 신북면에 복합교육 문화타운 ‘회문팰리스’의 시설을 174 칸 순수한옥 대저택으로 건설하여 유명하다.

골프채 전시장도 이 한옥 시설내에 마련하여 골프채와 전통한옥을 접목시킨 흥미로운 컨셉으로 묘한 감정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비공인이지만 가볍고 초고반발 헤드제조 기술로 시니어용이나 여성용 드라이버와 우드를 만들어서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는 벵, 비욘드, 도깨비 등의 국내 브렌드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하고 있다.

어떤 완제품도 100% 순수국산으로 이루어 지는 경우는 드문 시대다.
사실 헤드설계만 있으면 주물은 해외 OEM 생산으로 들여 와서 제품에 알맞은 샤프트만 사서 조립하면 쉽게 자기 브렌드 완제품이 된다. 따라서 이런 제품의 정확한 원산지는 Made in이 아니라 Assembled in으로 표시해야 옳다.

사업에 있어서 만드는 기술보다 파는 기술, 파는 기술보다 사후관리와 판매대금을 받아내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창업은 이익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페이스를 고반발로 얇게 만들면 비거리가 늘어서 많이 팔리겠지만 대신 AS가 많아져서 이익이 상쇄 되므로 기업은 버틸 수가 없다.

AS 비율도 낮고 내구성이 좋은 초고반발 채를 만드는 기술이 진짜 기술이요 골프채 제조기업의 생존기술이다.
‘서툰 목수 연장 탓한다’고한다.

스윙이 좋으면 어떤 채든지 잘 맞는다. 외국 브랜드가 항상 좋다는 막연한 생각은 허상 이며 버릴 때가 됐다.

동양인 체격에 맞는 국내 브렌드 채도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시장에 정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반도체 왕국이자 골프왕국에서 만든 채는 질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외산이든 국산이든 채는 적응하기 나름이며 국산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이용자가 늘면 국산채는 더 좋아지게 되어 있다.
이제는 ‘국산채를 왜 쓰냐’가  ‘외국산 채를 왜 쓰냐’ 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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