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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림산책 - 박하림(수필가 / 전 (주)휴비츠 고문)

필자는 수혜대상이 아닌데도 기초연금신청 일건서류가 든 봉투를 받아든 순간 갈등에 가까운 묘한 기분을 느꼈다.

심사에 통과하는 경우 생계비를 최고 219만 원을 지원받는다는 게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나하면, 우리나라 재정형편이 그렇게 나랏돈을 푼푼하게 써도 될 정도로 좋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이다.

먹고살기가 어려운 노인 가정이나 극빈자가정을 돕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도리요 국가적 책임이니 시빗거리가 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요즈음 정부의 재정운영복안을 보노라면 나중에야 삼수갑산을 갈망정 우선 먹고나보자는 식의 선심정책을 계속하려는 심산이다.

사실 무책임하다고 할까 다음 정권이 빚더미에 치어 파탄을 치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

믿을만한 기관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나라 빚 수준이 지금의 증가추세로 보아 머잖아 위험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IMF가 권고하는 견실한 국가채무비율 수준은 GDP 대비 선진국은 60%, 신흥국은 40% 이하로 유지하라는 겻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OECD 국가 중에 최상위로 무려 미국이 136%에 일본은 233%에 달한다. 그럼에도 재정운용상 문제가 되지 않음은 저 두 나라가 (스스로 돈을 찍어 재정과 외한문제를 해결하는) 기축통화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간에 정권마다 국가채무를 40%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그 수준유지가 어렵게 되었다.

그 타당성이나 현실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입증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부채비율을 5% 올려 45%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빚이 늘어도 그 빚내다가 복지선심용으로 뿌리겠단다.

예컨대, 소득최하위 계층인 473만 명 근로자들에게 근로, 자녀 장려금(EITC) 조로 5조 원을 거둬들일 세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런 선심성 장려금지급이란 다른 계층의 소득에서 세금으로 거둬 메꾼다는 의미이며 아니면 나라 빚이 그만큼 증가한다는 의미다.

그런 정책이란 정부가 별 신통한 방책도 없이 요란하게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이렇다 할 성과를 실현하지 못하자 그 보전補塡적 조치로 시행하는 것인데 그 재원이 우리나라 경제의 실질성장에서 수확한 과실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더 심각한 ‘나랏돈 쓰기의 과수(過手: 바둑에서 지나치게 욕심을 내 돌을 놓아

결국 그 과욕행마로 파국을 자초하는 것)‘는 우리나라가 짊어지는 빚이 과수 수준에 육박하건 말건 포퓰리즘성 복지금울 살포하는 선심정책이다.

식자들이 깊이 우려하는 바는, 국가채무비율 같은 중대한 경제정책이 한국은행 같은 전문 통화관리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지 않고 비전문가인 대통령의 의문 제기에 놀란 듯이 경제부총리가 국가채무비울을 2022년까지 45% 수준으로 높이는 계획을 제출했다는 졸속행정 행태에 있다.

외환위기 때 그토록 호되게 혼이 나고도 당최 나라 빚 무서운 줄을 모른다는 게 너무 두렵다. 복지향상이란 쌀독이 차고 넘칠 때 선심바가지로 퍼내 주는 거지 빚을 늘리는 판국에 정부가 쓸 선심은 아니다.

우리정부의 재정구조나 운용특성을 보면 국가채무 규모를 어느 수준으로 유지하고 어떻게 운영하는 게 최선인지 알 수 있다.

우선 이 과제가 전적으로 관 주도로 기획되고 처리되고 있다는 비효율적인 운용방식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관 주도 방식에 잠복하고 있는 경직성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채무구성에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공기업의 부채를 어떻게 운용할 런지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왜냐하면 정부가 재정운용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없이 마구 벌이는 국가시업을 수행하다가 입는 거대한 적자를 정부 대신 공기업이 떠안아 재무상태가 불안정하기 일쑤고 부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부의 졸속한 주먹구구식 탈 원전정책 때문에 한전이 떠안은 영업이익의 손실은 2016년 한 해만도 물경 12조 원에 달해 한전 재무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

문제는 그런 재무운영상 구조적 모순이 개선되지 않은 채로 계속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정부가 마땅히 정부 부채계정에 넣어 부채규모를 파악해야 국가채무비율의 적정 여부를 적기에 파악, 문제를 발견해 대처할 수가 있을 것인데 지금 방식으로는 그게 불가능한 것이다.

선진국은 거의가 공기업을 민영화해서 떠안은 부채가 없어서 일본의 경우  부채비율이 6.7%에 불과한데 비해 우리나라 공기업은 34%에 달한다. 그러므로 2017년도 우리나의 사실상의 채무비율은 정부가 발표한 42,5%가 아니라 60.4%였다.

잘 모르지만 외환위기가 임박하도록 사태의 심각성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게 저런 구조적 모순 때문에 소통이 잘 안되어 악화된 게 아닌 가 모르겠다.

새로 개편된 GDP에 비교한다면 2018년도 국가부채 1700조 원은 90%에 달한다고 한다. 나라가 큰돈 쓸 일은 산적해 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어 국가부채를 증가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는 반 기업정서, 지나치게 조직이익 지향적인 노조, 저성장, 노령화로 인한 부담 증가, 정치 불안 속에 득인심하려고 푼푼하게 쓰는 돈이 나라 빚을 급속히 증가시키는 특성이 있다. 나랏돈을 씀에 조심조심 아껴 써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라 빚을 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가부채 과속행태가 국민이나 기업에 예사로 통할 때 그 나라 경제는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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