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 절기 - 하늘 끝 기러기 한 마리 울며 지나가니 감옥에도 가득히 가을바람소리 뻗치는구나
天涯一雁叫 (천애일안규)
하늘 끝 기러기 한 마리 울며 지나가니
滿獄秋聲長(만옥추성장)
감옥에도 가득히 가을바람소리 뻗치는구나
이 구절은 누구나 잘 아는 독립운동가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1879~1944) 선생의 한시(漢詩) ‘옥중시’(獄中詩) 8행 중 5, 6번 행의 구절로 상강 무렵의 계절적 정서 를 잘 표현하고 있다.
내일 10월 24일은 상강 절기다.태양의 황경(黃經)이 210도에 이르는 시점이며 가을절기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한로(寒露) 다음으로 가을 6절기 중 마지막 절기다.
매년 10월 23~ 24일 경에 이 절기가 든다.
상강은 서리가 내린다는 뜻으로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시기다.
반면 낮의 날씨는 거의 매일 쾌청한 하늘을 보이며 5월과 함께 연중 가장 아름답고 좋은 계절이 상강 무렵의 10월 날씨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때도 상강 전후가 된다. 과거에는 상강 때가 가을추수의 막바지에 이르는 시기이므로 추수를 독려하는 농가(農歌)도 여러 가지가 있다.
지금은 농기구가 발달하여 추수가 더 빨라졌으며 조생종(早生種) 벼, 종자용 호박, 밤, 감, 조, 수수, 고추, 깻잎 등을 수확하고 고구마와 땅콩 캐기도 서두르는 계절이다.
이모작(二毛作)이 가능한 남부지방에서는 보리를 파종하는 시기가 된다.
이 무렵의 농가의 속담으로는 ‘상강 90일 두고 모 심어도 잡곡 보다 낫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이모작을 해도 쌀이 낫다는 뜻이다.
상강을 90일 앞둔 날이라면 7월 25~ 26일이 된다. 물론 모내기로는 매우 늦은 시기이지만, 이모작 지역에서는 상강이 절기로서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이 시기에는 가장 중요한 양념 마늘도 심기 시작하는 때다.
또 제주도에서의 ‘조 이삭은 상강 지나면 더 안 여문다’(서리 내리기 전에 빨리 베라는 뜻), ‘상강이 지나면 바닷고기에 알이 박힌다’ (맛이 없어진다)는 말에서도 보듯이 겨울채비 월동준비를 서두르라는 뜻이다.
한로(寒露) 때 부터 피기 시작한 국화는 상강 무렵에도 절정을 이루며 여전히 국화전, 국화주, 화채를 별미로 즐기는 계절이다.
제철 음식으로 추어탕, 무 홍시채, 생강채, 호박죽, 햅쌀밥, 토란, 고구마, 땅콩, 은행 등 훌륭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풍요로운 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