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LPGA 타일랜드 대회에서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멘탈붕괴로 다 잡은 우승을 놓친 대형사고가 있었다.
박인비에 2타차 선두로 마지막 18번 홀에 올라선 태국의 주타누가른은 우승이 거의 확실시 되어 그녀 특유의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먼저 끝낸 박인비는 2위를 확신하며 짐을 싸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홀에서 주타누가른은 티샷이 벙커와 잔디 경계선에 박혀서 1벌타를 받고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면서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보기(bogey)만 해도 우승인데 벙커에서 친 네 번째 샷은 그린 뒤쪽으로 오버되었고, 첫 퍼팅도 실수를 하더니 마지막 1m 퍼팅도 놓치면서 어처구니없는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박인비에게 트로피를 갖다 바친 셈이다
이런 대형사고의 원인은 명백하다. 그녀는 스윙기량만 연마했지 멘탈강화 훈련은 안 했다는 증거다.
프로스포츠에서는 신체적 기량이나 지구력 보다 강력한 담력 흔들리지 않는 강한 멘탈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가 바로 이렇게 증명된다.
주타누가른이 후반이나 마지막 몇 개 홀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사례는 이외에도 여러 번 있었다. 그녀는 현재 세계랭킹 200위 밖의 평범한 프로골퍼로 전락해 있다.
박세리 프로가 골프를 시작할 때 그의 부친은 가장 먼저 매너를 가르쳤고 그 다음 담력을 키우기 위해 늦은 밤 공동묘지로 데려가서 스윙연습을 시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맨 마지막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부분이 체력과 지구력 기술과 기량이었다.
프로에 걸맞는 강한 멘탈무장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맨발로 해저드에 들어가서 비탈에 걸려 있는 어려운 라이의 공을 온그린 시키던 유명한 장면은 그녀의 샷기술보다 어떤 상황 하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강한 멘탈을 보여 준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들의 18번 홀에서의 심리상태를 분석해 보면 재미있고 복잡 다양하다. 18번 홀에 오면 그날 골프의 결과가 생각나기 시작한다.
내기에서 털린 분노와 복수심, 두둑하게 챙긴 기분에 표정관리 하느라고 애쓰는 모습, ‘이 친구 딴돈을 돌려 줄까’ 의심하며 우정의 심판대에 세우려고 벼르기도 한다.
내기골프에서의 지폐의 밸류는 일반적 시장에서의 액면가 보다 몇 배 더 높게 느껴진다.
액면가 천 원짜리는 만 원, 만 원짜리는 10만 원의 값어치를 느끼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물건 살 때의 만 원짜리와 내기골프에서 만 원을 잃었을 때 기분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타당 천 원짜리 내기하다 치고받는 싸움판이 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골프가 항상 뜻대로 되지 않아 코스탓 남탓을 하며 골프를 접어 버릴까 생각도 든다. 1~2개의 마음에 드는 드라이버샷, 운좋게 들어간 롱펏 한 방으로 자신을 위로해 보기도 한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며 동반자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겉으로는 “친구야 한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야, 다음에 또 기회가 있지 않는가”라며 위로해 주는 척하지만 내심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야말로 별별 생각과 착잡한 심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지막 홀의 심리상태다.
이런 심리상태 하에서 캐디가 예의나 위로차원에서 마지막 홀 올파(All Par)로 적어 주지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올파 서비스는 차라리 안 받는게 편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복잡 미묘한 심리상태를 잘 극복만 한다면 마지막 홀에서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다. 그렇지 못하면 자포자기 왕창 더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 마지막 18번 홀의 골프다.
이처럼 골프가 단순히 기술기량만으로 승부가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요소가 크다는 관점에서 골프스포츠 심리학은 출발한다.
골프 역시 몸과 정신으로 구성된 인간이 주체인 이상 체력적인면 이외 정신적인 측면도 그만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눈감고도 성공시킬 수 있는 30cm퍼팅을 놓쳐서 다 잡은 우승컵을 놓치는 대형사고는 절대적으로 심리적 요인 이 그 원인이다. 그래서 골프는 마지막 18번 홀 장갑을 벗어봐야 알고 야구는 9회말이 시작이라고도 한다.
확인사살이라는 살벌한 단어가 있다.
보라매는 꿩을잡아 숨통을 끊어놓고도 제일 맛없는 눈알부터 쪼아 먹는다고 한다.
끝까지 방심 않는다는 지혜다. 육상에서도 승부처는 마지막 레인 마지막 50m 스퍼트다.
프로나 아마추어 골퍼도 18번 홀에서의 대역전이 가능하다. 끝까지 긴장하고 기회를 노려라. 끝났다고
대충대충 넘어가는 것은 만들면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어리석은 행위다.
오케이 주지도 받지도 말고 끝까지 혼줄을 꽉잡고 도전해 보라 .
가능성이 0% 라고 감히 누가 말하던가.
18번 홀에서도 하면 된다. 포기해서 안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