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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나쁜데 ‘고용지표’만 회복? 눈가리고 아웅하는 정부

작년 연간 취업자수 증가 9.7만 그쳐, 제조업 18개월째, 금융업 9개월째 마이너스
주 17시간↓ ‘단기 일자리’ 37만개↑… 36시간 이상은 45만개↓
정부 “고용시장 뚜렷한 회복흐름” 근거없는 긍정평가로 빈축


지난달 고용지표가 전월에 이어 호조세를 이어갔다. 2017년 9월 정점을 찍은 뒤 경기 사이클이 바닥을 향해 내려가고 있고, 한국은행이 최저수준(1.25%)까지 금리를 낮출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대표적인 후행 지표인 고용지표가 나홀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데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경제가 잘 성장해 생겨나는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 정부 지출에 기댄 재정일자리의 증가로 착시 효과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1~9월까지 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은 26만명을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정부가 세웠던 목표치(20만명)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비교 기준으로 쓰이는 15~64세 고용률은 같은 방식으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9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수출과 투자가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주요 기관들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조정하는 등 경기가 바닥을 향해 가고 있음에도 고용지표만 '잘 나가는' 괴리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단연 기저효과다.

지난해 연간으로 취업자 수 증가폭은 9만7000명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보다 1년 전인 2017년 연간 31만7000명 늘었던 것을 본다면 올해 성적표는 작년 참사에서 겨우 정상 궤도로 올라서는 정도다.
 
일자리의 총량 증가와 별개로 어떤 일자리가 늘었는가도 중요한데, 지난달 일자리가 늘어난 쪽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7만 명·8.0%),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8만3000명·7.5%), 숙박 및 음식점업(7만9000명·3.6%) 등이다.

지난달까지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12개월 연속 증가할 정도로 현재의 고용지표 호조를 이끌고 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일자리는 18개월째 감소하는 등 최악의 양상을 띈다.

수출과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제조업 일자리는 11만1000개가 줄었고 감소폭은 전월(-2만4000명)보다 5배 가까이 커졌다. 역시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인 금융·보험업도 지점 축소 등으로 9개월째 감소세다.

결국 최근 이어지는 고용지표의 호조는 경기가 좋아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는 선순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반의 시각이다.

 지난달 가장 취업자 증가폭이 컸던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상당부분이 노인일자리로 구성된다. 실제로 30~40대의 일자리 수가 2년째 연속 동반 감소를 이어가는 데 반해 65세 이상에선 23만1000개가 늘었다.

재정일자리가 확대됐다는 것은 취업 시간이 주당 17시간도 되지 않는 단기 일자리가 늘어난 데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1~17시간을 일하는 일자리는 37만1000개가 늘어났다. 18~35시간짜리 일자리는 36만6000개 늘었다. 반면 36시간을 일하는 일자리는 45만2000개 줄었다.

노인일자리는 늘어나는 고령층의 소득을 보전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젊은 층 일자리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결코 크지 않다. 늘어나는 일자리 숫자가 그대로 경기활성화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달 지표를 두고 정부는 "고용시장이 뚜렷한 회복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세부 내용은 덮고 외형적인 지표들만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일자리라 말하기도 어려운 17시간 미만의 단기 아르바이트성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며 "일자리 총량 자체가 늘었지만 일종의 '왜곡'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좋지 않은 경기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게 직접 타격을 준다. 지난달 지표에서도 이런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자영업자들 중에선 고용원을 두지 않는 '나홀로 사장님'만 늘어났다. 고용원을 둔 이들은 149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6000명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6만9000명)을 시작으로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반해 고용원을 두지 않는 자영업자들은 8개월째 늘어 414만명에 달했다. 업황 부진으로 매출이 쪼그라든 자영업자들이 종업원을 내보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신규로 창업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인건비를 아끼려 종업원을 두지 않고 가게를 여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자영업이 많이 포함되는 산업들의 업황이 안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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