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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그룹의 경영비리 관련 1차 공판에 신격호(왼쪽부터), 신동주, 신동빈 및 서미경 등 관련 롯데家 4인이 출석하고 있다. |
국정농단 사건과 롯데 오너가 비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64)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직무 관련 상대방에게 자신이나 제3자를 위해 이익 제공을 요구하고 상대방도 이익을 기대하며 대가로 요구에 응했다면, 의사실행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 고지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이어 "대통령의 요구는 뇌물 요구에 해당하고, 신 회장이 그 요구에 따른 건 뇌물 요구에 편승해 직무 관련 이익을 얻기 위해 직무행위를 매수하려는 의사"라며 "적극적인 뇌물 제공으로, 강요죄 피해자가 아닌 뇌물공여자"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롯데 일가 비리 혐의는 "원심 판단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2심 판단을 유지했다.
신 회장은 2016년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 과정에서 도움을 받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하는 등 박근혜(67)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신격호(97) 명예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60)씨와 신 명예회장 장녀 신영자(77)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임대해 회사에 77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또 신 명예회장 지시로 신동주(65)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서씨 모녀에게 급여를 지급해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이 밖에도 경영능력 비판 우려로 부실 계열사 롯데피에스넷에 499억원을 부당 지원하고, ATM 구매과정에서 재무 상황이 열악해진 롯데기공을 끼워 넣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있다.
롯데 사건 1심은 신 회장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및 서씨 모녀 급여 지급 혐의 일부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부가 K재단 지원금 70억원 모두 뇌물로 인정하고 징역 2년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됐다.
두 사건을 함께 심리한 2심은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혐의 일부와 국정농단 뇌물만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이날 신 명예회장 등 롯데 일가에 대해서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신 명예회장은 징역 3년에 벌금 30억원, 신 전 이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추징금 11억9700여만원을 확정받았다. 다만 신 명예회장은 건강 상태와 고령 등을 고려해 구속하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과 서씨, 채정병(69) 전 롯데카드 대표, 황각규(65) 롯데지주 부회장, 소진세(69) 교촌에프앤비 대표, 강현구(59) 전 롯데홈쇼핑 대표 등 롯데 전·현직 임원들은 무죄가 확정됐다.
신 명예회장은 신 전 이사장과 서씨 모녀가 운영하는 회사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770억대 상당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16년 10월19일 재판에 넘겨졌다.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신 전 이사장과 서씨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세금 858억여원을 포탈하고, 2009년 보유 중이던 비상장주식을 계열사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30% 할증 매도 방식으로 941억원 상당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았다.
서씨 모녀에게 고문료 등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총 117억여원 규모 허위 급여를 지급하게 하고, 신 전 부회장에게도 391억여원 상당 급여를 준 혐의도 있다.
1심은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혐의 일부와 서씨 모녀 급여 지급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서씨와 신 전 이사장 증여세 포탈 혐의는 각 무죄와 면소 판단했으며, 신 전 부회장 급여 지급도 횡령이 아니라고 봤다.
2심은 대부분 혐의에서 1심 판단을 유지하되, 서씨 증여세 포탈 혐의만 공소시효 완성으로 판단해 면소로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