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한국동료들과 주로 라운딩을 하다가 가끔 해외에서 외국인들과 골프를 쳐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골프룰 준수율과 매너도 차이가 있어서 일종의 골프문화 컬쳐쇼크(Culture shock)를 느낀다.
골프의 진정한 묘미는 엄격한 룰과 어려운 위기상황에서 트러블샷을 성공 시킬 때의 짜릿함과 성취감에 있다.
프로들이 하는 큰 경기를 보러 오는 갤러리 들의 심리는 선수들의 멋진 샷에 대리만족감 도 느끼겠지만 많은 갤러리들은 유명선수들의 실수하는 모습에서 쾌감을 느낀다.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도 끝내 목표타수를 잡아낼 때의 쾌감이 평범한 상황에서 만들 때보다 몇 배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골퍼들만 알 수 있다.
샷을 미스했을 때 친 것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다시 한 번 더 치게 하는 ‘멀리건’(mulligan shot)이 있다. 아마추어들이 친선골프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우차원에서 제공하는 너그러움이다.
그러나 공식경기에서는 골프룰 위반이다. 배구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에서 서비스를 실패한 뒤 상대방이 “서비스 한 번 다시 넣어” 라고 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아마추어들의 의식 속에는 한 라운드에서 최소한 한 두 개의 멀리간은 당연한 듯 은근한 기대가 자리잡고 있다.
멀리간 횟수도 동반자들 끼리 룰로 정하면 그것도 재미있는 라운드가 될 수도 있으나 스스로 다시 치는 소위 ‘셀프’ 멀리간은 그 누구에게도 결코 아름답게 보여지지 않는다.
골프는 ‘룰의 게임’ ‘매너의 게임’이라고 늘 입으로는 떠들어 대면서도 OB가 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을 하나 더 꺼내 셀프멀리간을 취하면서, 멀리간 한 개는 개정된 PGA 기본룰에 규정되어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8홀 내내 수시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잘못 길들여진 버릇 때문이다.
게임머니가 걸려 있지 않는 한, 동반자들이 그 누구도 하지 말라고 제재를 하지 않는 것도 매너 아닌 매너가 되어 버렸다. 물론 마음 속으로는 ‘매너꽝’ ‘처음부터 골프 를 거꾸로 배웠군’이라며 욕은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식경기라면 실격 시켜 버리면 된다지만 그렇지도 않은 이상 속으로는 방귀 뀐 사람 대하듯 시금 털털해 할 뿐이다.
이런 동반자는 해저드에 빠졌을 때도 같은 행동을 취하거나 공을 페어웨이 한가운데 까지 들고와서 던져 놓고 다시 친다.
뿐만 아니라 다른 동반자들의 미스샷에 대해서도 멀리간을 퍼주며 큰 인심을 쓰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라운드 전체 분위기를 휘젓고 흙탕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매너 이런 행동은 골퍼도 아니고 이런 라운드는 결코 골프라고 할 수 없다.
5 시간이라는 라운드 시간엄수 내규를 지키기 위해 급급 하다보면 벙커샷 후 차분히 벙커정리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다.
어느 골프장을 가도 이런 시간압박을 겪다 보니 이제는 벙커정리는 본인이 아니라 코스 관리자 몫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한국 골퍼들의 머리에 박혀 버린 것 같다.
세계적 선수 최경주 프로가 그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캐디가 있는데도 차분히 벙커를 손수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자신이 몹시 부끄러워진다.
우리 나라에서는 스코어카드를 과연 누가 기록하는가. 룰에 의하면 스코어카드 기록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캐디가 기록해 주는 경우는 없다.
지금은 카드기록도 소위 스마트 스코어카드 전산시스템으로 캐디가 홀 아웃 후 타수 입력만 하면 되지만 원칙은 본인이 수기로 적어 내야 한다.
국내에는 특설티라는 것이 있다. 페어웨이 가운데 편한 자리에 OB나 해저드로 공을 분실한 골퍼가 다시 치는 곳이다.
골프장 측에서 진행의 원활을 위해 운용하는 편법 로칼룰인데 큰 의미에서는 변칙행위다.
공이 들어간 지점에서 다시 치거나 티잉그라운드로 돌아가서 다시 쳐야 원칙이다.
그런데 이 특설티를 무리하게 앞으로 이동 설치하여 페어웨이에 안착시킨 플레이어와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 공평하지 못하고 로칼룰 제도를 악용한 골프헌법 파괴행위 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캐디의 서비스는 세계적이다.외국인들이 와서 보고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캐디가 볼을 집어 올려 닦고 다시 공을 놓아 주면서 라이까지 봐주는데 이런 과잉써비스는 곧바로 실격처리 된다.
캐디는 공을 닦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 공 뒤에서 라이를 함께 보는 서비스도 금년 부터 금지되었다.
이런 한국 골프문화를 보고 서양골퍼들은 골프가 아니라 유사골프(Fake golf)를 친다 고 비웃는다.
골프는 인생과 같다. 실수를 자기 맘대로 되돌릴 수 있다면 그것은 인생이 아니요 골프도 아니다.
현재 삶의 이 순간과 이 홀의 현재 샷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야 후회 없는 인생 후회 없는 라운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