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啞啞天末亂鴉鳴(아아천말난아명) 木落瀟瀟似雨聲(목락소소사우성)

손주들을 위한 할아버지 서당 - 한자 성어로 보는 24절기 - 만공(滿空) 배재수
입동(立冬)절기

하늘가에 까마귀 떼 까악까악 어지러이 울어대고, 낙엽지는 소리 우수수 빗소리 같아라




위의 한시(漢詩)는 작자미상의 한시 ‘立冬’ 의 4행시 중 1, 2 구절로 철새들이 날아가고 퇴색한 낙엽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이 무렵 계절현상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은 24절기 중 19번 째이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225도에 와 있는 때다.
양력으로는 11월 7~ 8일 무렵이고 음력으로는 10월에 든다. 금년 입동은 내일 11월 8일이다.
이 때가 되면 들판의 추수는 거의 끝나가며 김장용 채소밭은 아직도 파랗게 남아서 막 시작될 추수를 기다리고 있을 절기다.

아침 저녁 기온차가 심하여 독감이 유행하며  서리도 내려서 겨울옷도 꺼내 입기 시작한다.
단풍도 절정기를 지나서 북쪽지방 산의 단풍들은 퇴색하고 남쪽지방의 일부 산들은 아직도 아름다운 채색을 유지하고 있을 때다.

또 입동 즈음에는 동면하는 동물들이 땅 속에 굴을 파고 숨기 시작하고, 나뭇잎은 낙엽으로 떨어지고 풀들은 마르기 시작한다.

입동은 김장철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기도 하다. 저장기술이 발달된 요즘엔 김장철이 조금 늦어지고 있지만, 입동을 전후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하여 밭에서 무우와 배추 양념채소를 뽑기 시작한다.

옛날에는 입동이나 동지절기에 마을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치계미’(雉鷄米)가 있었다.

꿩 닭 쌀을 뜻하는 치계미는 원래 고을사또 밥상의 반찬값 명목의 뇌물 또는 떡값이었지만, 마을의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경로잔치 풍습으로 바뀌어 아무리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라도 일 년에 한 번 이상 치계미를 준비했다고 한다.

입동에는 농사점(占)이나 날씨점을 치기도 하는데 제주도 지역에서는 입동날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겨울 바람이 심하게 분다고 점쳤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입동 때의 날씨를 보아 그 해 겨울 추위를 가늠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 해 겨울이 크게 추울 것이라고 믿었다.

이 무렵 많이 쓰이는 속담으로는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  ‘입동 전 보리씨에 흙먼지만 날려주소’등이 있다.

한편 입동에는 주로 새로 담근 김장을 활용한 별식이 많았지만 햇곡식과 팥으로 팥시루떡을 만들어 한 해의 농사에 대한 감사와 가족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고사를 많이 지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