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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경기 불황으로 지역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대구 중구 반월당 사거리 대로변 오피스 건물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에 '빨간불'이 켜졌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를 기록하면서 다시 0%대로 내려앉았다.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로 연간 2.0% 성장 달성은 사실상 힘들게 됐다. 만약 성장률이 2%대를 밑돌게 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속보치)'은 전기대비 0.4%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성장했던 지난 1분기(-0.4%)를 제외하면 지난해 3분기(0.5%)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간 2%대 성장을 위한 마지노선인 0.6% 수준에 못 미치면서 사실상 올해 2% 성장 달성은 물 건너 가게 됐다. 4분기 1% 성장해야 연간 2.0% 성장이 가능한데, 현재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2%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많다.
지난 2017년 성장률이 3.2%, 2018년 2.7%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2년 만에 성장률이 3%대에서 1%대로 추락하게 되는 셈이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꺾인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 세계 경제 둔화 등으로 수출이 크게 흔들린 영향이 크다.
특히 국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시장이 부진해진 가운데, 중국 경제까지 휘청이면서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중국은 한국의 1대 수출국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에 각종 대외 악재가 직격탄으로 작용한 것이다.
수출 부진은 곧바로 내수 둔화로 이어졌다. 설비투자는 감소세가 지속됐고, 소비도 지지부진해졌다. 저물가가 지속되며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덮쳤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9월 0.4%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 부진→내수 위축' 등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경제 주체들을 더 움츠러들었다. 상반기 정부가 재정을 조기에 쏟아부었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미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을은 올해 한국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9개 해외 투자은행(IB)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1.9%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낮춰 잡은 바 있다.
성장률 2%는 한국 경제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그런 점에서 올 성장률 1%대 하락 위기가 주는 의미는 크다.
한국 성장률은 2010년 6.8%를 찍은 뒤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가 있었던 2012년(2.4%)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3%대 안팎을 유지해왔다.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추세적인 저성장 흐름 속에서 성장률이 2%대로 굳어지는 기조를 보였지만 적어도 잠재성장률 수준은 웃돌았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게 되면 잠재성장률(2.5~2.6%) 수준에서 한참 벗어나게 된다. 일시적 추락에 그치는게 아니라 한국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3분기 0.4% 성장은 사실상 올해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불과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3.2%에서 2%대 밑으로 하락한다는 것은 기존의 경제성장률에 비해 거의 40%에 가까운 폭락 수준으로 사실상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성장률 추락을 타개할 돌파구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2%를 사수하기 위해 막바지 재정을 쏟아부을 방침이지만 이전에 비해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민간 경기가 위축되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금리인하가 얼마나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들도 해결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수출 규제, 미·EU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독일과 중국 등의 성장률도 꺾이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산업을 키우고, 어떤 인력에 투자해야 할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