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국회가 이상하다

하림산책 - 박하림(수필가 / 전 (주)휴비츠 고문)
국회가 이상하다.

세밑인데 구린내가 진동하는 적폐를 꺼내 무소불위한 의결로 여야가 의석을 냠냠 나눠 가지려 한다. 지금 국회의원 정족수가 300명인 게 부족(?)한지라 10 퍼센트 올려 30명을 늘리자는 꿍꿍이다.

그 작태의 재생산은 간특한 개미야당이 빌미를 제공한 선거법개정과 공수처 설치라는 거래에 대한 선물을 노린 것이다. 필자가 감히 그러한 일을 적폐에 해당하는 작태라고 표현함은 국회의 혁신이 시급하다.

들끓는 여론의 핵심사항이 바로 국회의원 정원의 적정여부이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여론인즉슨 현 국회의원 수가 많으니 200명 수준으로 줄여야한다는 것이다.

저런 견지의 차이가 비이성적일 정도로 크다는 데 문재의 심각성이 있다.
국민의 판단이 의원 수를 33퍼센트 줄이자고 하는데, 반대로 집권여당은 10퍼센트를 늘리자는 것이니 그 차이가 무려 43퍼센트에 달한다.

그런 논리의 심한 상충간극이란 그 진정성에 있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아예 이성적인 논쟁을 할 의도가 없었거나 판을 깰 고의를 숨기고 있는 것이다.

한데도 그런 의견이 박수를 받는 이유란 무엇인가?

국민 다수의 감정은 국회를 아예 없애자는 극단론까지 대두된 현실이다. 그러는 게 다 억하심정에서 비롯된 비현실적인 억지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해도 그 감춘 언중유골을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국회에 대한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 가를 알 수 가 있다.

그런 불신은 두 가지 맥락에서 비롯됐다.
그 하나는, 국회에 대한 그 존재가치의 부정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의 주인인 의원에 대한 존재 필요성의 회의다.

그 전자는 국회가 의회민주정치의 분립 삼권의 한 축으로서 민주정치의 구도와 국가 대계를 입법을 통해 구체화시키는 역할과 책임을 완수하는데 그 존재의의가 있으며, 그 후자는 바로 그 의원으로서의 사명의 완수를 통해 국회의 존립 필요성이 정당화된다.

그러므로 입법 활동이 부실해서 이 대명천지에 안정된 국가경영이 위태로워지면 국회 무용론이 대두됨은 당연하다. 국회가 의원 1인당 한 해에 지급하는 세비와 각종지원금이 도합 7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아야 국회가 진정 국회답다 인정받은 것이다.

그보다 훨씬 유해하고 나라살림을 거덜 낼 상황이 후자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무능화 현상인데 작금의 국회가 그 짝이 난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얼마나 태만하고 책임감이 부족한데다가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는지 그 실상을 알면 국회무용론을 지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심하게도 현 20대 국회의원의 본회의 출석률은 55%에 불과해 경고를 받을 정도로 저조하다. 온갖 특권과 특혜를 다 누리고 보수는 최고로 받으면서 본연의 임무는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는 것이다. 당최 유권자를 핫바지로 여기는 것이다.
 
그나마 법안처리가 제대로 이뤄지면 근무자세가 불성실함을 보아 넘길 수가 있을 텐데 본연의 임무인 법안처리율은 불과 30여 퍼센트라서 엄청난 법안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시급하고 중요한 행정규제를 개선하거나 폐지하려는 혁신이 국회의 태만 때문에 마냥 천연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당의 대통령은 장관 임명은 여론의 빗발치는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면서도 법안심의가 부진하다 국회에다 쓴 소리는 별로 안 한다.

국회의 태만이 국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의원들이 무관심하거나 대수롭잖게 여기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해서 기업처럼 효율적 국회 운영을 위해 의원 수를 줄이는 다운사이징 혁신을 하자는 것이다. 국회가 혁신의 메스를 댈 수 없는 성역은 아니잖은가.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