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골프를 쳤지만 보기 플레이 신세를 면치 못한 한 골퍼가 결국 그린과 하직하고 계룡산에 입산, 10여 년 간 골프의 도를 수도(修道)끝에 드디어 득도(得道)하여 계룡산 골프신령이 되었다.
드라이버를 지팡이 삼고 이 암자 저 골짜기를 쏘다니며 소문 듣고 찾아와 문하생을 자청하는 골퍼들에게 그가 깨달은 비법을 전수하느라 분주히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고수(高手) 반열에 오르고 싶어서 수시로 찾아오는 문하생들과 문답수행을 하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며칠 전부터 찾아 와 기다리던 한 젊은 아마추어 골퍼가 ‘아무리 연습을 해도 항상 요모양 요꼴’ 이라면서 특별히 효험있는 비법을 간청하자 도사가 스윙동작에 대해 몇 가지를 묻기 시작했다.
“헤드업을 하느냐?” “아니요”
“공은 끝까지 보느냐?” “물론이죠”
“팔과 몸통으로 스윙을 하느냐?” “네…”
"팔로우와 피니시가 잘 되느냐?" “네…”
도사가 한참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허… 그래…?”
“장타를 치고싶으냐?” “당근이죠”
‘숏게임은 잘 되느냐?”
“아뇨, 숏게임이 잘 안 됩니다요…”
“으음… 알겠군”
“나이 탓이로다!”
“하산해서 너 주민등록증이나 유심히 살펴 보면 되느니라”
‘네에……??”
또 며칠 후 그에게 반백의 초로(初老) 실버골퍼가 찾아와 쑥스러운 듯 같은 질문을 했는데, 이번에도 똑같이 ‘나이탓’이라고 뚱딴지 같은 대답을 하며 내려가서 주민등록증을 살펴 보라며 돌려 세웠다.
이 도사는 젊거나 늙거나 골프가 안 되는 이유를 나이탓으로 돌리며 찾아온 골퍼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골프스포츠 연구가들은 그야말로 정답 중의 정답 득도한 도사다운 명답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미는 젊은 골퍼들은 넘치는 힘으로만 샷을 하며 드라이버 장타욕심이 지나쳐서 상대적으로 숏게임 연습을 게을리 하여 골프가 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이 든 골퍼들은 자신의 나이를 망각하고 무리한 힘, 오만과 욕심이 넘쳐서 모든 스윙이 무너져 있으며, 특히 고령자에게 가장 쉬운 숏게임을 경시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하면 힘을 뺄 때와 넣을 때, 자기 자신 과 전략적 연습법을 모르는 골퍼들이라는 지적이다.
나이에 따른 스윙방법과 전략적 채선택요령 효과적 연습방법을 모르고 마음으로 욕심만 앞세우고 있다는 골프도사의 충고였다. 정확히 설명하면 자신의 건강상태 신체조건 낼 수 있는 파워 등을 먼저 알고 스윙에 임하라는 가르침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골프스윙도 마찬가지다. 힘을 넣을 순간과 힘을 뺄 때를 잘 구분하는 기술이 훌륭한 스윙이다.
넣을 때 빼고 뺄 때 넣는다면 되는 일이 있겠는가. 그래서 골프스윙을 타이밍의 예술이요 선택과 집중의 테크닉이라고도 부른다.
젊어서 힘이 주체가 안 될 때 힘을 빼는 방법과 타이밍을 알아야 하고, 나이 들어 힘이 없을 때도 힘을 넣어야 할 순간만 잘 포착하면 제거리를 얼마든지 낼 수 있는 것이 스윙의 기술이요 임팩의 역학이다. 너무도 쉬운 진실을 뒤늦게 깨달은 골프신령의 가르침이었다.
소크라테스가 ‘너 꼬라지(자신)를 정확히 알라’고 했듯이 자기 자신의 신체조건과 상태 나이를 인정하고 나이에 걸맞는 스윙과 코스공략 방법을 선택하라는 뜻이다.
자기분수에 맞지 않는 과욕을 부리거나 오만과 과시욕은 미스샷의 지름길로서 골프에서는 절대 금기시 된다.
이것은 골프정신의 핵심인 겸손과 매너와도 일맥상통한다.
자신과 남에게 항상 겸손해 하는 것이 골프매너요, 갖고 있는 힘을 100% 다 쓰지 않고 70~ 80%만으로 하는 스윙도 겸손에 해당된다.
자기 나이를 고려하지 않는 오만함과 남에게 뭔가를 보여주려는 마음가짐은 곧 바로 미스샷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골프 신령은 가르치려 했던 것이다.
2 ~3 초간에 이루어지는 한 번의 스윙에서 도 반드시 힘을 빼야 할 부분(순간)과 힘을 넣어야 할 찰나가 있다.
스윙의 시작에서 피니시까지 동일한 힘을 사용하면 절대 굿샷이 나올 수 없다. 일반적으로 다운스윙 시작 후 임팩트까지만 가속적으로 힘을 넣고 나머지 부분은 힘을 빼야 하는 것이 스윙의 정석이다.
변강쇠가 사랑받는 것은 체력이 좋고 힘이 넘쳐서가 아니라 그보다 힘을 넣을 때와 힘을 뺄 때를 정확히 알고 있는 테크닉이 강하기 때문이다. 골프에서는 이것을 ‘변강쇠 스윙’이라고 한다.
골프가 안 되는 것은 나이탓이라기 보다 나이를 모르는 탓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