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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皇崩乎人皇崩(천황붕호인황붕) 萬樹靑山皆被服(만수청산개피복)

손주들을 위한 할아버지 서당, 한시 구절로 보는 24절기 - 만공(滿空) 배재수
대설(大雪 12월 7일) 절기

하늘 임금 죽으셨나 땅의 임금 죽었는가? 푸른 산 나무마다 모두 소복 입었네


위의 漢詩구절은 조선 후기 김삿갓으로 널리 알려진 김병연(金炳淵: 1807~1863)의 ‘雪’(설: 눈)이란 4행 詩  중 1, 2행으로 大雪절기 무렵 큰 눈이 내린 산과 들의 정경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는 원래 해학적인 시를 주로 썼지만 이런 좋은 작품도 있다.

대설은 24절기의 스물 한 번째 절기로 소설(小雪)과 동지(冬至) 사이에 들며, 음력 11월, 양력 12월 7, 8일경이며 금년은 12월 7일이다. 태양의 황경이 225도에 도달하는 때다.

이 시기에 눈(雪)이 많이(大) 내린다는 뜻에서 대설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것은 원래 재래역법의 발생지이며 기준지점인 중국의 화북지방의 기상상황을 반영하여 붙여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의 기상상태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입동 이후, 소설 대설 동지 소한(小寒) 대한(大寒)까지를 겨울로 보지만, 서양에서는 추분 이후 대설까지를 가을로 보고 있다.

이 시기는 한겨울에 해당하며 농사일이 거의 없는 한가한 농한기(農閑期)이고 가을에 수확한 피땀 어린 곡식들이 곡간에 가득 쌓여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이 넉넉해지는 시기다.

한편 농촌에서는 이 날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 는 속설이 전해지지만 실제로 이 날 눈이 많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또 눈과 관련하여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하므로 동해(凍害)를 적게 입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의미다.

이 시기의 제철 식재료는 가을에 추수해서 저장에 들어간 곡물, 과일, 채소와 채소과일등 다양하다.

현대는 농업기술의 발달로 제철음식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온실재배농법의 발달로 한겨울에도 한여름 농작물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이, 가지, 호박, 딸기, 토마토와 갖가지 채소는 사계절 식재료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귤과  곶감은 이무렵에 가장 맛이 있고 동지에 먹던 팥죽도 원래는 대설 때 부터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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