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올해 中기업인 정말 어려웠던 한 해"
국영 금융기관 동원, 파산하는 중소은행 수혈
미, 지난해 무역낙관 등 3대지수 사상최고 마감
“안보에서는 미국과의 신뢰가 흔들려서는 안 되고, 경제 관계에선 중국과의 신뢰가 흔들려선 안 된다.”
이낙연 총리가 구랍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중 ‘국제 정치 지형에서 한국의 위치에 대한 정치 지도자의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떤 스탠스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답변한 내용 중 일부다.
문재인 대통령도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구랍 24일 중국 청두에서 ‘제8차 한중일정상회의’에 참석한 바 있지만 최근 여권을 비롯한 일부 정치권 등에서 ‘경제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이에 우려의 목소기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여러 측면에서 중국 경제의 위험 징후가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리커창, 2020년 中 경제 더 큰 하방압력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2020년에 중국 경제가 더 큰 하방압력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신화망(新華網)과 신랑망(新浪網) 등이 최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전날 베이징에서 전국 지방정부 비서장, 판공청 주임들과 만나 “2020년 중국 경제가 한층 하방 압력을 받는 것은 물론 더욱 복잡한 상황에 직면할 공산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그래서 리 총리는 국무원이 성장을 타당한 범주에서 유지하기 위한 갖가지 조치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리 총리는 취업과 금융, 무역, 외자, 투자, 경기 예측의 안정 이른바 ‘6가지 안정(六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톈진물산(天津物産 ·Tewoo)이 1998년 이후 중국 국영기업 최초로 달러화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고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해 시장에 충격을 준 가운데 중국 국영기업의 채무불이행 건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 전망도 나왔다.
구랍 1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PGIM픽스드인컴’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재무부 차관을 지낸 네이선 시츠는 전날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채무불이행과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 중인 리스크 제거 캠페인의 관점에서 금융시장 기강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자산규모가 78조원에 달하는 거대 종합상사인 텐진물산에 구제금융을 지급하는 대신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도록 '방치'한 것은 다수의 중국 국영기업에게 구제금융 대신 시장 원리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경고 섞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츠는 “중국 지도자들이 일부 (국영)기업들이 무너지더라도 그대로 내버려둘 것이라는 전망은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규율이다. 이렇게 운영됐어야 했다”고도 했다.
튤리 맥컬리 스코샤은행 아시아태평양 경제 수석도 “투자자들이 국가가 항상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것”이라며 “채무불이행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러한(텐진물산 채무불이행)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기관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중국 국영기업과 관련해 “구제 금융은 점점 더 선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이는) 국영기업의 더 많은 채무불이행을 초래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마윈, 지난해 기업인에 무척 힘든 한 해
중국의 최고 부호이자 민영 기업인을 대표하는 마윈(馬雲) 전 알리바바 회장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했던 지난해가 기업인들에게 무척 힘든 한 해였다고 회고했다.
구랍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본토 매체들에 따르면 마 전 회장은 구랍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저장성 출신 기업인들의 송년 행사에서 “2019년은 매우 쉽지 않은 한 해였다”며 “전에는 일부가 어려웠다면 올해는 대부분 기업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마 전 회장은 저장성 항저우(杭州) 출신이다. 알리바바의 본사도 항저우에 있다.
그는 이 행사 전날에만 친구들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전화를 다섯 통이나 받았다는 얘기도 털어놓았다.
최근 일주일에만 돈이 필요해 부동산 처분에 나선 지인이 10명이나 됐다고도 했다.
마윈의 이번 발언은 중국 기업인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부각하면서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SCMP는
마 전 회장이 중국 경제의 어려움과 관련해 더 구체적으로 발언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발언은 중국의 부채 증가와 대외 관계 악화 속에서 크게 주목받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봉합 국면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작년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추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중국 민영기업들에 특히 고통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성장률 2010년 이후 하향 국면
2010년 10.6%로 정점을 찍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작년 6.8%까지 내려왔고, 올해는 6.1%가량으로 내려올 전망이다.
기업 이익이 감소하고 적자 기업이 늘어나면서 부채 비율이 높은 민영 기업들을 중심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막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올해 중국 기업의 회사채 채무불이행(디폴트) 규모는 1천394억(약 23조원) 규모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의 급속한 경기 둔화 탓에 부실 여신 비중이 높아진 지방의 중소 규모 은행들이 휘청거리자 중국 정부가 위기 은행의 증자를 지원하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금융 위기 확산 방지에 나섰다.
구랍 22일 경제지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위원회에 해당하는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관련 회의에서 증자와 영구채 발행 등 방식을 통해 지방 중소 은행들의 위험 요인을 적극적으로 해소해나가는 방침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경영 위기에 몰린 은행의 주식이나 영구채 인수를 꺼린다는 점에서 은감위의 이 같은 언급은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국영 금융기관들을 증자 참여 등에 동원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최근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산하 기관인 후이진(匯金)투자공사는 경영난에 처한 헝펑(恒豊)은행이 새로 발행한 주식을 매입하면서 이 은행을 사실상 인수했다.
아울러 은감위는 중소 은행들이 예금 ·대출 등 기본적인 업무에 충실한 가운데 복합한 금융상품 판매를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중국이 경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연일 최고지수를 경신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美, 주요 지수 상승세, 무역협상 낙관론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 성장률 등 경제지표가 양호한 데다, 무역협상 낙관론도 더 강해져 상승했다.
구랍 20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8.13포인트(0.28%) 상승한 28,455.0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5.85포인트(0.49%) 오른 3,221.2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7.74포인트(0.42%) 상승한 8,924.96에 장을 마감했다.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를 이어갔다. 다우지수는 이번 주 1.14% 올랐다. S&P 500 지수는 1.65%, 나스닥은 2.18% 각각 상승했다.
시장은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등 핵심 지표와 무역협상 관련한 주요 인사들의 발언 등을 주시했다.
경제지표 양호하게 나오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이어졌다.
미 상무부는 3분기 성장률 확정치가 전기대비 연율 2.1%를 기록해 잠정치에서 변화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의 예상에도 부합했다.
특히 소비지출과 기업투자 지표가 잠정치보다 개선되는 등 세부 내용도 긍정적이었다. 소비지출은 3분기에 3.2% 늘어, 잠정치 2.9%보다 상향 조정됐다. 11월 개인소비지출(PCE)도 0.4% 늘어 전월 0.3% 증가보다 더 좋았다.
11월 개인소득은 0.5% 늘어나며 전월의 0.1% 증가에서 대폭 개선됐다.
이와 관련해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신흥 경제 강국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미국의 세계 경제 지배력은 막강하기 때문에 글로벌경제 시대에 어느 한쪽에 너무 치우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주
기자oldage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