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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들의 못 말리는 와인사랑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80

과거 15~20여 년 전 우리나라 골프 풍속도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귀하고 귀한 라운드 기회를 놓치기가 아까워서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그린에서 빗물에 공이 떠내려가지만 않으면, 또 샷한 공을 눈 속에서 찾을 수만 있으면 라운드를 계속했다. 비골프인들의 눈에는 정말로 극성스러운 스포츠로 보인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골프장 공급과잉으로 주말 비회원들에게도 라운드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눈보라 폭우 속에서 골프를 칠 이유가 없다.

라운드 후 ‘에프터’도 글로벌화 되면서 눈에 띄는 변화는 마시는 술이 소주 맥주 양주에서, 취하지 않고 동반자들과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와인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골프와 와인은 역사적으로 보면 그 태생에서부터 형제처럼 진한 인연을 맺어 오며 함께 발전해 오고 있다. 훌륭한 와인=훌륭한 골프코스, 독특한 향기의 와인=개성 넘치는 골프코스, 이런 등식도 성립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닮았다.

많은 유명 프로골퍼들은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 온 자기자신을 돌아보며,척박한 토양에서 자랐지만 독특한 향미가 넘치는 와인에 자신을 비유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골퍼들의 와인사랑은 유별나다.
“아, 이 한 모금 마시려고 그토록 채를 휘둘려댔구나…”

엎치락 뒤치락 피말리는 경기를 잘 견뎌내고 정상에 오른 후, 그날 밤 마시는 질 좋은 와인 한 잔은 그 동안의 모든 고통과 시련, 긴장과 스트레스를 단숨에 사라지게 한다고 한다.

와인은 후유증이 많은 위스키나 꼬냑과는 비견이 안 되는 최상의 피로 회복제 천상의 술 ‘신의 물방울’로 표현 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 많은 프로골퍼들은 직접 포도밭을 일구며 와이너리(양조장)를 운영하거나 명품와인 컬렉션에 직접 뛰어 들기도 한다. 거머쥔 우승상금의 상당 부분을 이런 와인사업에 투자하는 것 같다.

미국의 괴짜 PGA 투어선수 제프 슬루먼 (Jeff Sluman)은 1,500병 이상의 와인을 모아 놓고도 나파 밸리로 정기적인 와인 쇼핑에 나서고 있다. 그의 인생철학은 ‘승부 때문에 인생을 방치 해서는 안된다’며 시즌 중에도 자신이 설정한 휴가는 메이저 대회를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지키는 선수다.

‘최선을 다할 뿐 경기는 즐겨야’ 라고 주장하는 미국의 더피 월도프(Duffy’ Waldorf)도 2,000병 이상을 컬렉션 해두고 있다고 하며 이는 그의 라운드 수와 비슷하다는 소문이다.

미국의 와인 베린저(Beringer)는 다른 유명 주류들을 제치고 PGA 투어에 와인으로 당당히 공식스폰서 자리를 차지했다.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박세리 선수의 큰 후원자 중의 하나는 ‘황금물결’이라는 뜻을 가진 나파 밸리의 온다 도로(Onda d’Oro)와인의  한국인 소유주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담 만찬주로도 사용되었던 와인이다.

그녀는 슬럼프 때 소주로 스트레스를 풀었었지만 와인을 알고부터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 저녁 시간에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바꿨다. 한 잔으로 맛을 음미하며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그녀는 ‘위스키는 술이고 와인은 음식’ 이라는 재미있는 말도 남겼을 정도다.

백상어 호주 그레그 노먼((Gregory J. Norman)은 광대한 포도원과 와이너리를 직접 경영하여 와인으로도 성공했고 4,000여 병이 소장품도 있다. 그의 와인이 세계 10대 와인에 선정 되기도 했었다.

스윙머신 남아공의 어니엘스(Ernest Els)도 성공한 와이너리 사장이다. 그는 원래 한 여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와인을 입에 대지도 않았었지만, 남아공의 와인 주산지 스텔렌보쉬 (Stellenbosch)에서 열린 골프대회에 갔을 때, 그 곳에서 부인이 된 리즐(Liezl)을 소개 받고  처음 그녀와 와인 몇 병을 마셨다. 그날 이 후  엘스는 와인과도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많은 와이너리들은 유명골퍼의 명성에 기대어 그들 제품을 홍보하고자 선수들의 이름을 딴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의 시장이고 경제적 여유에 와인 구매력도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엔 자가 생산시설이 없이도 자기가 원하는 브랜드를 붙여 완제품을 공급 받는 OEM 주문이라는 시스템이 보편화되어 있다. 일정 수량만 충족되면 자신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붙인 소주와 와인을 비매품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일반 골퍼들도 자기 이름을 붙여 디자인 한 브랜드의 와인을 OEM으로 공급받아서 주변에 선물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골프광인 나에게도 내 브랜드 와인이 있다면 금상첨화의 골프인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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