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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의 정원’을 찾아서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82

골프가 신선놀음이라면 신선들도 라운드를 즐기며 마시는 신의 와인이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하며 그 와인을 찾아 나서는 일본의 유명 만화작품 ‘신의 물방울’ 을 소개한 바가 있다.

그렇다면 신선놀음 신선들이 라운딩을 하는 골프장 ‘신의 정원’도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과 함께 궁금증이 몰려온다. 만화의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처럼 골生골死 우리 골프광들도 신의 정원을 찾아 나서 보면 어떨까.

신의 물방울 만화에서 신선들의 와인으로 인정하기 위한 심사기준은 기존 명품와인을 선정하던 눈금으로는 가늠이 불합리했다.

신의 창조섭리에 반하지 않고 신의 입 신의 눈 신의 혀와 친자연적 환경조건을 기본으로 한 天(기후), 地(포도밭의 토양환경), 人(생산자 의 철학)이 그 평가 요소였다. 이 결과 세계적인 명품와인들의 상당수가 12대 명주 ‘12사도 급’에서도 탈락했다.

같은 맥락으로 신이 노니는 신선들의 골프장 신의 정원도 이런 인간의 시각이 아닌 신의 시각 신의 잣대를 들고 접근해 봐야만 옳을 것이다.

신의 정원도 이런 기준에 의한다면 기존 세계 100대 명문골프장 중 12위까지의 일부 골프장은 여기에 포함되지 못할 수도 있으리라.

그래서 신의 섭리나 신이 만든 생태계를 건드리는 것은 가장 금기시하고 배제해야 하며, 평가항목에서 인공적 토목공사가 최소화된 친환경생태적인 설계와 관리 운영에 가장 큰 배점과 가중치가 부여될 것임이 틀림없다.

이 경우 기존의 명문골프장 순위가 크게 달라지거나, 12사도급 골프장 즉 12대 명문코스 까지는 찾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단 한 곳 ‘신의 정원’은 못 찾을 수도 있다.

 이렇게 인공미가 가미된 명문골프장들이 무농약 코스관리를 한다 해도 신들이 와서 즐기고 싶은 골프장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 골퍼들이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순례 하고 싶어하는 사우스 케롤라이나(S.C.) 주에 있는 ‘골프성지’ 머틀(Myrtle)비치가 있다. 여기에서 좀더 내려가면 ‘골프낙원’ 플로리다 반도에도 환상적인 골프장 수백 개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미국 동부연안을 따라 100km 가량 이어지는 Grand Strand 해변가를 끼고 펼쳐지는 머틀비치에는 100여 개의 챔피언쉽 골프코스가 골퍼들을 유혹한다.

차로 몇 시간씩 달려도 계속되는 평평한 자연평지형 코스들에게서 대형 토목공사 흔적은 잘 안 보인다.

울창한 자연숲과 습지대 연안을 따라 조성된 코스에는 수 천 가지의 신비한 꽃들이 자라는 칼레도니아(Caledonia)Golf & Fish 클럽에서 라운딩을 하면 신의 정원이 바로 여기라고 탄성을 지르게 된다.

해수수로와 해수습지를 그대로 활용하여 건설된 타이드워터(Tidewater)골프GC 에서는 낙원으로 착각하게 된다.

머틀비치가 상춘(常春)의 낙원이라면 플로리다 반도는 초여름 상하(常夏)의 천국이다. 겨울이 혹독하게 추운 미국 북부지역의 은퇴자들이나 골퍼들에게 이곳은 겨울의 피난처요 골프천국임에 틀림없다.

한국골퍼들이 이곳에 오면 그간 갖고있던 코스에 대한 모든 비교치가 일순간 무너질 수도 있다.

국토의 60~70%가 산지로 산허리를 절개하고 계곡을 매립하는 토목공사가 필수적이라면 국내에서는 신의 정원이 생겨날 가능성은 희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수십 년 전 자주 갔던 제주도 J 골프장(舊 아라 CC)에 대한 좋은 인식이 머리 속에 박혀 있다. 토목공사를 최소화 한 업다운이 심한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산지형 코스다.

주변의 야생동물 노루와 토끼들도 마음 놓고 골프장 잔디를 뜯어먹는 정경은 정말 아름다운 정원으로 보였다.

그리고 3년 전 서해안 간척지의 H 골프장에서는 메뚜기 떼들과 곤충 풀벌레들과 함께 라운드를 했던 환상적인 추억도 생생하다.

20여 년 전 영국 옆 아일랜드에서 그린과 페어웨이가 잘 구분 안되는 원시적인 링스 코스에서 야생토끼 들쥐 새떼들을 갤러리로 삼고 강한 바람을 동반자 삼으며 라운드를 한 추억이 있다.

그린잔디 꽃이 하얗게 만발하여 싸락눈이 내린 듯 하얀 그린 위에서의 퍼팅은 신비롭기 그지 없었다.

토목기술과 장비가 미비했던 옛날에는 지형지물을 최대한 그대로 활용하여 코스를 설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오히려 신의 정원에 가까운 코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신의 잣대 신의 평가기준 조차도 인간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신의 물방울 마지막 편 만화에서는 ‘신의 물방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신비(神秘)한 ‘신의 정원’도 어디엔가 신(神)이 숨겨(秘) 놓고 신만이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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