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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페렴' 사망자가 중국에서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달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한 어린이가 열감지 카메라에 감지돼 방역당국 직원이 체온계로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올해 한국의 수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2003년 상반기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보다 신종코로나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5일 한국경제연구원은(한경연)은 올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선박, 자동차 등 7개 수출 주력업종의 수출액이 전년 대비 2.1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신종코로나 사태 장기화 시 올해 수출이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호 한경연 산업혁신팀장은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춘절(중국의 설) 기간을 대비한 원자재 등 재고 물량을 단기적으로 확보한 상황"이라며 "신종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원자재 조달이 어려워지면 생산 차질이 발생해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론 중국 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침체도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이번 사태로 중국 경기가 침체되면 중국의 수입 수요가 줄어들어 대(對)중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수출이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세계의 공장인 중국 내 생산에 문제가 발생하면 글로벌 공급망 사슬이 교란돼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경연이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의 7개 수출 주력업종의 수출액 증가율 2.16%라는 수치에 대해서도 “전년도의 극심한 침체에 대한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며 “(신종코로나 사태와 같은) 외생 변수가 불거지면 언제든지 고꾸라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년도 7개 수출주력 업종의 수출 증가율은 -15.6%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7개 수출 주력업종의 2020년도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증가 업종은 ▲반도체(9.0%) ▲선박(7.0%) ▲자동차(3.9%)이며, 수출감소 업종은 ▲석유화학(-3.1%) ▲철강(-5.0%) ▲무선통신기기(-6.4%) ‣디스플레이(-10.0%)로 조사됐다.
한경연은 “전년도 7개 수출주력업종의 수출 증가율이 –15.6%이었음을 감안할 때, 올해 2.16% 증가 전망치는 기저효과에 의한 미미한 반등에 불과하다”며, “특히, 금번 예상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을 배제한 것으로, 관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이 급속히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팀장은 또 “신종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003년 상반기 유행했던 사스보다 수출·수입 등 한국 경제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사스가 유행했던 2003년 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19.3% 상승하는 사스로 인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사스는 2002년 11월에 중국 광둥에서 시작하여 2003년 7월까지 전 세계 17개 국가로 퍼졌다. 중국 본토에서 349명, 홍콩에서 299명을 포함해 774명이 사망했다.
그는 “사스 유행 당시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중국 의존도가 커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직접적으로 침체를 겪게 되면 내수가 위축되고 수입 수요가 감소해 우리나라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8.1%에서 현재 25.1%로 크게 확대됐다. 또 한국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2.3%에서 21.3%로 증가했다.
아울러 신종코로나의 빠른 전파 속도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신종코로나의 치사율은 사스보다 낮지만 확산 속도는 더 빠르다”며 “치사율을 떠나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빠르면 경제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감염증 확산은 사람을 대면하는 서비스업에는 직격탄이다.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처음 나왔던 지난 2015년 5월 서비스업생산지수(불변 기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한 99.4를 기록했다.
첫 확진 판정이 같은 달 하순인 20일이었으니 메르스 여파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2015년 6월 서비스업생산지수의 증감률은 1.9%으로 전월보다 0.3%포인트(p) 하락했다.
세부적으로는 면세점(-22.6%), 백화점(-14.1%), 대형 마트(-11.6%) 등 유통업이 받은 타격이 특히 컸다.
타인과 접촉하기를 두려워한 사람들이 유통업장에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이는 의복 및 섬유 제품 소매업(-16.9%), 의복 및 신발 도매업(-16.6%), 가전제품 소매업(-15.3%) 등 도·소매업에도 연쇄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전염병이 유행하면 사람들은 안전한 집 안으로 피신한다.
메르스 확산 당시 기차(철도 여객 운송업 -19.6%)를 타지 않았고, 놀이공원(유원지 및 테마파크 운영업 -40.5%)과 숙박업소(호텔업 -29.2%)는 한산했으며, 거리의 식당(한식 음식점업 -10.2%)과 술집(주점업 -16.2%), 목욕탕(욕탕업 등 서비스업 -31.3%), 극장(영화 등 상영업 –9.3%)도 파리만 날렸다.
강현주
기자oldage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