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른바 ‘공수처’라는 기관의 신설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찬반으로 들끓었다.
그 이유는 매우 표리가 부동하다.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부여당은 검찰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대의명분으로 내세웠다.
검찰이 너무 강대해져서 갖가지 갈등과 문제를 낳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는 여론은 그 옥상 옥 제도가 교묘하게 숨기고 있는 정치적 꼼수, 즉 검찰권의 약화와 검찰에 대한 영향력 행사의 강화라는 저의를 수용한 듯 보인다.
반면 반대하는 야당이나 여론은 바로 그 저의를 우려해 문제 삼는 것이다.
인기가 없는 정권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정권강화용 하책을 쓰는데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두 가지 흉기가 있으니 위선과 비효율이라는 발톱을 숨긴 ‘옥상옥 屋上屋‘과 그 사촌지간인 ’위인설관 爲人設官‘이다.
옥상 옥은 지붕 위에다 다시 지붕을 덧씌우는 공사로 불필요하게 이중으로 하는 일을 의미하고, 위인설관은 어떤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일부러 벼슬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한 일들이 공통으로 갖는 특징인즉 그 필요성이 낮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 저의가 숨긴 폐단이 더 문제다.
반대자들이 우려하듯이 그 시스템이 비효율적 감시구조와 집권자의 충견으로 남용되고 전락할 경우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 설치를 마치 민주정치의 탁효한 쇄신책처럼 표방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위선이다.
왜냐하면 공수처 설치의 주된 목적이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검찰의 권한 남용을 제지함에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을 현 체제와 권한 가지고도 충분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도의 운용과 권한의 행사(자)의 문제이지 시스템의 미비 때문이 아닌 것이다.
집권자는 자신의 역량부족이든 튼튼하지 못한 통치기반을 강화하려는 유혹을 끊임없이 받는다.
해서 당선 전부터 독재자라 낙인찍히는 대통령은 없다.
때문에 그런 유혹이 심할수록 개혁을 부르짖고 옥상 옥식의 ‘확대정부’를 지향하려든다. 현 정부만 해도 비대한 정부를 피해 소위 다운사이징을 통한 효율적인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정부자체의 개혁을 포함하는 치밀한 계획도 짜지 않은 채 소득주도 성장이니 적폐청산이니 감장을 넘는 혁신의 깃발을 일찍 휘둘렀다.
그 때문에 야기된 문제들이 자충수가 되어 정부를 우습게 만들었고 그 맥리를 따라 공무원 수를 대폭 증원해 작은 정부 지양은 헛구호로 끝났다. 공수처 설치 아이디어도 다 저런 맥락의 산물이다.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함은 민주정치 수행자의 기본적인 윤리로서 훌륭한 통치는 당연히 가지고 있는 덕목이다.
그러므로 새삼스럽게 개혁을 위해서라며 정부조직에다 옥상 옥을 설치함은 졸렬한 권력 강화 꼼수다.
대저 무슨 조직이나 체제나 법이 없어 공의를 좇을 수 없다는 주장은 과장이거나 거짓 엄살이기 쉽다.
제도나 법은 본질적으로 완벽할 수가 없음으로 미비하면 보강하는 것이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정상이지 옥상 옥으로 체제를 신설하고 권한을 강화하는 건 상책이 아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반밖에 남지 않는데 공수처라는 옥상 옥을 신설하면서까지 권한을 강화 하려는 의도가 석연치 않음을 유념하여 공수처를 운영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공수처 설치를 도저히 찬성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설치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 있다. 오는 7월 7일이 지나야 설치법이 발효됨으로 4월에 시행되는 21대 총선에서 야당의원을 151명 이상으로 뽑으면 된다.
공수처가 아무리 강한 괴물이라도 유권자 한 표의 위력에 굴복해 세상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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