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락’ 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살면서 누리는 3대 즐거움을 뜻한다. 사람에 따라서 시대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일찌기 공자가 논어에서 가르친 3락이 있었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1. 讀(독서) 2. 好色(호색) 3. 飮酒(음주) 라고 한 말도 많이 알려져 있다.
또 조선시대 문신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1628)은,
1. 문 닫고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것
2. 문 열고 마음에 맞는 손님을 맞는 것
3. 문을 나서 마음에 드는 경치를 찾아가는 것
을 인생 3락으로 삼아서 흥미롭다.
그런데 골生골死 골프광(狂)들의 3락은 지금까지 1. 호쾌한 장타 한 방 2. 롱펏 1打必IN 3. 사우나 후 시원한 생맥주 일배라고 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시대적 상황도 바뀌었고 골프에 대한 생각과 여건도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새로 생긴 ‘新 골프 3락’이 몇 편 있는데 다음 편이 가장 재미있다.
남자
1. 대충 쳐도 10야드 더 나가는 신형 드라이버 구입
2. 퍼블릭에 혼자 조인해서 멋진 이성 동반자들을 만나는 것
3. 끝나고 느긋하게 와인 한 잔
여자
1. 70% 할인 골프패션을 사입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살 때
2. 라이벌과 1타차 승리
3. 라운드 후 남편보다 일찍 귀가 했을 때
골프에서는 숫자에 대한 느낌이 가끔 일반적인 경우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10이 100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는 뜻이다.
내기골프 게임머니의 화폐 액면가의 심리적 밸류는 일반시장에서의 액면가 보다 몇배 더 비싸게 느껴진다. 만원을 따거나 잃었을 때 느끼는 기분은 10만 원처럼 통쾌하거나 애통한 감정이 든다.
신형 드라이버에 100만원 투자로 10야드를 늘렸으면 100야드 처럼 큰 기쁨으로 느껴져서 투자액이 아깝지 않다.
요즘의 퍼블릭CC 예약관리는 조인(Join) 시스템을 운영 안 하면 통째로 공석이 되거나 4인 플레이를 못 채울 확률도 있다.
공동경비(캐디피) 경감과 매출확대를 위해 골퍼들과 골프장 측은 대부분 조인을 받아 4인 1팀을 채우기를 원한다. 그런데 어쩌다가 젊은 여성팀에 남성 1명이 조인 되면 로또 복권급 횡재가 아닐 수 없다.
꽃밭의 한 마리 송충이로 취급 당할 수도 있지만 다음 기회와 다시 연결시켜 보려고 “끝나고 식사나 같이…” 하고 제의하면 마다할 리가 없다.
물론 한 발 위, 머리 위에 올라 서게 된 여성 동반자들의 입에서는 ‘번데기 안주로 생맥주 한 잔 하자’는 은어가 나오기도 한다.
송충이를 좋게 표현한 말이다. 밥과 술을 사고 연락처를 구하면 대표언니만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는데 송충이들을 잘 주무르는 대표일 뿐이다. 그래도 그 날 골프는 전번(電番)횡재까지 겹쳐서 짜릿한 락(樂)을 느낀다.
요즘의 음주문화 중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음주운전 문제도 있어서 소주 맥주 대신 탁트인 페어웨이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와인 잔을 부딛치며 동반자들과 대화를 이어가는 에프터(뒷풀이)문화가 정착되어 가고있다.
“이 한잔을 위해서 내가 여기까지 열심히 일 했구나” 스스로 감탄한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 프랑스 로칠드 CEO의 말처럼, 도전과 실패 굿샷 미스샷을 반복하며 5시간을 달려와서 기울이는 한 잔의 와인은 여기가 바로 지상낙원으로 느껴지는 낙(樂)이 있다.
여성들은 그 속성상 남자골퍼들과는 즐거움의 대상이나 포커스가 좀 다르다. 새 옷을 사면 잘 어울리는지 반드시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멋있다 어울린다 싸게 잘 샀다’라는 말 한 마디에 기분이 Up 되게 된다. 코스를 날아갈 듯한 기쁨과 힘이 샘솟는다.
여성 골퍼들은 내심 남자들보다 경쟁심이 강하다. 그녀들의 라운딩을 보면 OK가 별로 없고 땡그랑 소리가 나도록 퍼팅을 해야 한다.
깐깐함과 보이지 않는 팽팽함이 있다. 10타 차이는 싱겁지만 1타 차이로 경쟁자를 이기면 스릴이 있다. 겉으로는 표정관리에 애쓰지만 여성들은 짜릿한 쾌감이 넘치는 모습을 숨길 수 없다.
아직도 많은 주부들은 남편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골프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물론 아는 친구들과 조금씩 계모아 필드를 나가는 경우가 많다.
남편에게 말은 하고 나가지만 퇴근한 남편 보다 늦게 귀가하면 어쩐지 죄송스럽고 미안함을 느끼는 한국 주부들이다. 귀가 중 차가 밀리면 무척 초조해 한다.
그래서 남편보다 먼저 집에 돌아오거나 남편이 그날 늦게 돌아오게 된다면 그 날은 무척 즐겁고 상큼한 하루로 느끼게 된다.
즐기는 대상 즐거움을 느끼는 놀이도 시대에 따라 변천되고 있다.
앞으로 골프 3락은 또 어떤 트렌드에 영향을 받아 어떻게 변화될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