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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건든 마스크 대책…"신분증 검사 거쳐 2장 산다고?"

"취약계층에게는 배급하는 방향으로 가야" 약국 등 판매처…신분·구매내역 확인 부담
전국 2,219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공적 마스크를 판매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하나로마트 성산점 앞에서 시민들이 번호표를 받고 판매를 기다리고 있다

 "동네 약국에서 동창회라도 하라는 건가요?"

5일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요일별 5부제 판매', '1인당 2장 판매제한' 대책은 국민 불안만 가중할 뿐이라는 지적이 상당수였다.

이날 정부 대책이 발표된 이후 만난 직장인 천모(29)씨는 "마스크 살 수 있는 날 판매처에 가면 동갑 친구들을 다 만나겠다"며 "어떻게든 해보려는 정부의 노력이 반영된 대책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솔직히 좀 웃기다"고 했다.

최모(35)씨도 "일주일에 하루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건데 그것도 그날 판매 분량이 다 떨어지면 허탕치는 것 아니냐"며 "일주일에 2장 꼴로 구매를 제한하면 마스크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불안해서 더 사 두려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백모(28)씨는 "그래도 지금까지는 온라인 구매 사이트를 계속 뒤지다 보면 마스크를 구할 수는 있었는데 이젠 일주일에 고작 2장 살 수 있다고 하니 오히려 걱정된다"며 "취약계층에는 그냥 마스크를 배급하는 방향으로 하고 그 외는 알아서 구하게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사태를 겪는건 정부도 처음"이라는 옹호론도 있었다.

직장인 이모(31)씨는 "유례 없는 사태에 정부 역시 마스크 수급 대응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취약계층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이번 대책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이번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의 골자는 국내 생산 마스크 전량 직접관리, 판매 이력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1인2매 구매제한, 출생연도에 따른 요일별 5부제 판매 시행 등이다. 정부는 마스크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기존 생산업체의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천씨는 "이제와서 마스크 공급을 늘리겠다는 건 초가삼간을 다 태우고 소화기를 설치하는 꼴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루 생산량을 1400만장까지 만드는 것을 한 달 목표로 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라인만 확장해 놓고 나중에 사태가 끝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모(55)씨도 "어차피 약국에서 줄을 서야 된다는 건 마찬가지"라며 "그냥 통장들이 집집마다 나눠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공공장소에 모여 있다가 병에 걸린다는 말도 나오고, 줄 섰는데 없으면 헛걸음 할 수도 있다"며 "어떤 지역에서는 배급하는 식으로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전국적으로 시행은 어려운 일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따라 농협·우체국과 함께 공적 판매처로 지정된 개별 약국들은 신분 및 구매내역 확인의 부담을 지게 됐다.

전북 지역에서 약사로 일 하는 권모(31)씨는 "말도 안되는 대책이 나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권씨는 "약사 한두명 있는 약국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구매이력까지 조회한 뒤 판매를 하라는 건데 그런 것까지 안 해도 지금 마스크 사겠다는 사람들로 약국이 마비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동네에서 약국끼리 사재기 방지를 목적으로 오후 5시부터 판매 개시를 약속했는데 3~4시부터 밖에 줄 서있는 사람들 때문에 약사들도 난감한 상황"이라며 "못 사간 사람들도, 2장만 파는 것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도 판매 창구에 있는 약사들에게 화를 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돈을 많이 줄 테니까 숨겨둔 걸 내놔라, 내일 사갈 것을 예약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서 그런 사람들을 달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상당하다"며 "어제는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면마스크를 써도 된다고 하더니 또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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