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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들 잇단 軍부대 무단 침입… 경계 실패 비판 여론

정경두 "北 목선 사고 후 1년도 안돼 경계 소홀…책임 통감"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관계자들이 2019년 10월 1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기지 방문 경위 해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가운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지난 3월 제주 해군기지 철조망 뚫고 1시간 시위
2019년 2월 인천 군 부대 사격장에 난입해 방해
2018년 12월 만취 외국인 공군 부대 활주로 침입
2015년 12월 대구 미군 기지 철조망 절단 사례
2015년 2월 민간인 탄 외제차, 포항 해병대 난입

해군이 민간 활동가의 제주 해군기지 철조망 절단과 침입을 뒤늦게 알아챈 것으로 드러나는 등 민간인의 군 부대 무단 침입이 빈발하는 가운데 우리 군의 경계 태세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보와 직결되는 군 부대 무단 침입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부 무분별한 시민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에서 민간인이 군부대 철조망을 훼손하고 몰래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대는 민간인이 들어간지 1시간이 넘어서야 사태를 파악했다.

9일 해군제주기지전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10분께 민간인 4명이 부대 철조망을 무단 절단하고, 이들 중 2명이 부대내로 침입했다.

이들 민간인은 평소 부대 밖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외치던 시위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대 시설에 몰래 들어간 민간인 2명은 침입한 지 1시간이 한참 넘어선 같은 날 오후 3시40분께야 군관계자에게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출동한 해군 5분 대기조는 이들이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곧 부대 밖으로 퇴거 조치했다.

부대 안에 들어간 민간인은 ‘군사기지 없는 평화의 섬’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동이 알려지자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작전사령부는 제주 해군기지를 상대로 기지 경계 등 전투준비지원태세 합동 점검을 진행 중이다.

해군 관계자는 “그동안 민군상생과 화합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왔지만, 일부 인원에 불법행위가 발생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침입자에 대해서는)관련 법규에 의거해 고소장을 제출하고, 부대 경계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도 정밀 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해군은 이날 민간인 4명에 대해 군형법상 군용시설 손괴와 무단침입 혐의 등으로 서귀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해 2월 인천 서구 군 부대에서는 부대 인근 토지를 소유한 회사 관계자들이 사격장에 무단 침입해 훈련을 방해했다.

A씨 등은 지난해 2~3월 사격 훈련이 예정된 인천 공촌동 미추홀사격장에 침입해 훈련을 중단시켰다. 이들은 사격장으로 가는 길목에 쇠말뚝을 박아 이동을 방해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경기도 과천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울타리 일부가 훼손돼 있는 것이 뒤늦게 발각됐다. 울타리에 생긴 구멍은 가로·세로 50㎝ 정도로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크기였다.

안보지원사는 외부에서 훼손지점까지 접근 흔적이 없고 안쪽에서 절단된 것으로 미뤄 외부 침투 흔적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2018년 12월에는 술에 취한 30대 외국인 1명이 수원 소재 공군 제10전투비행단 부대 경계벽을 넘었다. 가시 철조망이 설치된 외곽 경계벽을 넘은 그는 기지 안쪽 경계벽과 활주로 철조망을 차례로 넘었다. 이 외국인은 실제 전투기가 운용되는 활주로까지 들어간 뒤에야 붙잡혔다.

2015년 12월에는 대구 미군 기지에 들어가기 위해 철조망을 절단한 20대 남성이 검거됐다.

같은 해 2월에는 경북 포항시 해병대 부대에서 예비역 해병 출신 민간인 2명이 탄 외제차가 오후 늦은 시각 해병대 1사단 서문으로 무단 침입해 10여분간 부대 안을 돌아다니다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처럼 민간인의 돌발 행동에 의한 부대 무단 침입이 반복되고 있지만 군은 말을 아끼고 있다.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경계 태세를 완벽히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 해군기지 무단 침입의 경우도 활동가가 부대 내 항의 시위를 위해 고의적으로 침입했지만 군은 냉가슴만 앓고 있다.

군은 “국가적으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최고 수준의 조치가 이뤄지는 엄중한 상황 하에서 제주해군기지 경계작전 문제로 국민적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할 뿐 해당 활동가에 대한 비난은 자제했다.

한편 국방부가 민간인의 군 기지 무단 침입을 차단하기 위해 감시장비 보완 등 조치를 취한다.

17일 정경두 국방장관이 발표한 ‘장관 지휘서신 제10호’에 따르면 각급 부대는 기지와 주둔지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울타리 등 경계작전 시설과 장비를 점검, 보완해야 한다.

지휘관을 비롯한 간부들이 직접 경계작전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 보면서 보완요소를 찾아야 한다. 시설과 장비가 부족하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각급 부대 지휘관들은 초소 경계병과 폐쇄회로 화면(CCTV) 감시병 등 경계작전 병력의 피로도, 경계작전 효율성 등을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CCTV 감시병이 가장 효율적으로 감시 가능한 CCTV는 몇 대인지, 근무교대조 편성과 근무시간은 적절한지 등이 검토 대상이다.

경계작전 교육훈련이 강화된다. 주둔지 단위 통합상황조치훈련, 초동조치부대 출동준비태세 점검, 경계작전 시범식 교육 등이 주기적으로 시행된다. 현행경계작전 수행체계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법과 규정에 따른 처벌조항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정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완벽한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우리 군의 약속과 다짐이 더 이상 허언이 되지 않도록 부여된 임무완수에 매진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잇따른 기지 무단 침입 사건 때문에 내려졌다.

앞서 16일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에 50대 남성이 땅굴을 파고 침입했다. 이달 7일에는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 철조망을 절단하고 무단 침입했다. 1월3일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정문으로 70대 남성이 무단으로 들어가 배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최 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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