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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에게 가장 값진 유산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86

2015년 3월 H자동차 협력사인 중견기업 J사의 신입사원 면접장에서 있었던 일로 그 회사 임원이던 친구 K가 들려준 이야기다.

오너인 회장도 면접관으로 참여하여 면접을 진행하다가 한 지원자의 자소서(自紹書)에 취미가 골프라고 쓰여 있는 점에 회장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면접 질문이 자연스레 골프관계 주제로 흘러갔다.

“골프가 취미라는데 언제 어떻게 배웠나요?”
“유치원 시절부터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배웠습니다.”
“아, 그래…? 자주 치는가, 얼마나 치나요?”

“주로 학교 동문 대선배님들과 또 아버지와 가끔 함께 라운드를 합니다. 20여 년 구력인데 보기 플레이 정도만 합니다.”

“골프를 쳐 보니까 어떻던가요?”
“건강에 도움이 되고 특히 마음의 수양에 아주 좋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 응시자는 대학성적과 TOEIC도 좀 뒤졌지만 회장의 결단으로 합격됐다.
골프를 아는 그 회장의 설명은,

“어린 나이에 어른들에게서 골프를 배웠고 지금도 주로 연배들과 친다면 예절은 제대로 배웠을 것이다. 또 인격형성 나이에 골프정신으로 심신수련이 되었다면 강한 체력과 정신력, 남탓 않고 자기 스스로를 책임질 줄 아는 책임감과, 한창 공부할 나이에 모자라는 시간을 쪼개서 골프를 쳤다면 근면성도 있을 것이다.

보기 플레이 정도면 남을 배려하는 겸손과 인내심 도전정신도 분명히 있다.영업직은 물론 두루 활용가치가 있는 인재로 확신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신입사원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학교성적 보다 더 값지고 유용한 삶의 도구로 골프를 할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셈이다.

노년에 들어서면 자녀들이나 손주들에게 나눠 줄 상속문제로 번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려 줄게 없어도 고민, 너무 많아도 나눠 주기에 골치가 아프다.

자수성가한 사람일수록 자식도 자수성가 해주길 기대하지만 넉넉한 가정의 자녀들은 쓰고 즐기기에 익숙해져 있다.

많은 물질적 유산은 출세에 밑거름이 될 수도 있고 나태해 져서 인생패망의 시발점으로  자녀들에게 되레 독이 되는 양면성이 있다.

스포츠 특히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후손들에게 재산보다 골프를 물려 주라고 권하고 싶다.

자녀들은 이미 사회생활이 바쁜 성인이 되어서 골프의 가치를 생각해 볼 겨를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러가지 여건상 손주들이 가장 좋은 상대이고 또 골프는 어려서 배워야 효과적이다.

미국소아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서 신체발달을 위해 권장하는 연령대별 운동을 보면, 초등학생(8~12세)에게 가장 필요한 운동 중 하나가 골프라고 했다.

이 때의 아이들은 운동기능 집중력 균형감각이 발달하는 시기여서 걷기 줄넘기 미니에쳐 골프 등이 가장 적절하다고 한다.

골프의 도(道), 신사도를 제대로 갖춘 사람은 사회공동체에서 모범적인 구성원이 되며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든다. 또 일생에 있어서 가장 확실하고 값진 자산인 인적 네트워크 즉 삶의 가장 핵심적인 수단과 방법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골프는 신체와 체력의 균형발달, 신중한 사고, 빠른 판단력, 멘탈강화로 자아통제 능력을 향상시킨다. 물론 취미와 예절교육의 효과도 크다.

스윙연습과 라운딩은 팔다리 근육과 관절의 성장판을 자극하여 아이들의 키 성장에도 큰 도움을 준다. 개도 골프를 친다는 부자동네 강남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골프를 시키는 이유는 대개 골프로 체력과 학습집중도의 향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골프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정식골프가 아니다. 따라서 골프를 가르칠 때 명심해야 할 점은 성인 골프와 어린이 골프는 접근방식 자체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狂들은 자녀들과 함께 라운드하는 천국 같은 환상을 하면서 레슨을 부탁해 올 때가 많다.
그러나 아이들 입장에서는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에 골프를 치는 것이지 부모와 함께하기 위해서 골프를 치지는 않는다.

어린이 골프는 성장체육활동의 프로그램 또는 재미있는 놀이의 일종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골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제공해야 한다. 쥬니어나 성인이 되어서도 그 맛을 잊지 않고

언젠가 다시 정식골프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와 그 당위성을 느끼게 해야 한다.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 본다’는 속담의 현대버젼은 ‘씨가 튼튼하면 떡잎은 볼 필요도 없다’라고 한다. 그 만큼 어린이 골프는 부모가 좌우우지 한다는 의미다.

손주들에겐 골프가 가장 값진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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