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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의 시한폭탄, 무기명 회원권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88
요즘 골프 회원권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는가. 골퍼라면 비회원이라도 가끔 궁금해 진다.

과거 골프 회원권의 의미와 그 용도는 주말 예약확보와 비용절감, 신분과시와 명예,재테크 수단, 기업 접대, 모임용이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골프장 공급과잉과 골프산업의 침체에 더하여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회원권 및 라운드 자체의 수요와 구매력이 약화되었다.

자연히 시장의 수급원리에 따라 회원권 값이 폭락하여 반토막 또는 반의 반 토막까지 떨어졌다. 암행어사 마패처럼 당당하던 회원권이 기껏 ‘그린피 할인쿠폰’ 신세로 추락했다.

수도권 일부 귀족회원권과 지방의 중저가 회원권과의 빈익빈 양극화 사태는 그대로 계속 유지되고 있으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골프장들의 줄도산은 시간문제인 듯 하다. 벚꽃 피는 순서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는 이래서 생겨났다.

몰려오는 이러한 위기상황과 긴급자금 수요에 대한 응급수혈, 수지적자 등에 의한 운영자금 부족해결, 특히 입회보증금 반환요구에 대한 응급처방용으로 골프장들은 무기명 회원권을 분양하고 있다.

일반 회원권 보다 혜택이 대폭 강화된 조건으로 관심을 유발시켜 판매하는 고육지책이다.
무기명 골프 회원권은 누구나 사용가능한 회원권이다. 보통 1 ~2명, 4명 전원 무기명도 있다.

회원 또는 준회원 대우로 일반 1인 단독 회원권 보다 파격적 혜택이 부여 되므로 회원권 가격은 일반회원권 보다 당연히 훨씬 고가다.

지금까지 대부분 회원제 골프장들은 개장전 입회보증금을 받아서 공사대금으로 써 버리고 운영자금은 그린피를 받아서 충당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골프수요 감소로 내장객이 줄어 들었고 특히 회원이 많을수록 비회원에 비해 입장료 매출은 줄어들었다.

따라서 여유자금이 있을 리 없고 설상가상 회원권 값도 폭락하게 되자 당연히 보증금 반환 요구가 쇄도하게 된다.

사실 이전부터 무기명회원권에 대한 수요가 있긴 했으나 골프장 측은 매출 감소와 일반 회원들의 시세하락과 부킹 우선배정에 대한 불만우려로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일시적 수요일 것으로 예상했던 무기명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침체된 회원권시장에서 괜찮은 틈새시장, 자금조달의 활력소 역할을 해오고 있다.

김영란법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혜택으로 인해 여전히 기업의 접대수요와 동호회 모임 개인들의 다양한 활용 등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2019년 상반기 일반 골프회원권은 총 1,053 개에 평균가 1억 8,663만 원, 국내무기명 회원권은 총103개에 평균가 약 5억1,000만 원(분양가 4억 7,070만 원)으로 일반 회원권 보다 2~3배 비싸다.

무기명 그린피는 주중 평균 56,700원, 주말 75,800원 수준이고, 부킹은 주말 3회 주중 8회로 파격적이어서 지속적인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은 무기명 4인에 주중 6회 주말 4회 부킹, 주중 그린피는 면제되는 특혜를 준다.
주중 60회 주말 40회 이용시, 비회원 보다 연간 1,814만 원이나 절약되지만 이는 곧 골프장 측의 기회손실액이다.

4인 플레이 그린피는 팀당 20~40만 원으로 일반회원의 반값수준이며 그 만큼의 골프장의 매출손실이 된다.

2020년에도 경기침체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무기명회원권에 대한 우려의 경고도 쏟아지고 있다.

수요가 늘자 수억대의 무기명 회원권을 너도나도 남발하여 당장은 거액의 분양대금을 챙길 수는 있지만, 결국은 자체 영업수지를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스스로 만든 독배가 분명하다.

그런데 무기명 회원권에 대한 보증금 반환여력은 있을까.
무기명회원권을 발행한 10개 골프장 중 6 곳이 자본잠식 상태다.이들 10 곳의 평균 부채비율이 전년 대비 1,459%에 달해서 반환여력이 거의 없다는 사실로도 그 위험성을 알 수 있다.

반고의적으로 부도를 내고 회원들에게는 대중화 골프장으로 전환에 동의하면 그 늘어난 수익으로 입회보증금을 반환하겠다며 압박한다.

입회금을 반환받기 위해 회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동의 않할 수가 없다. 이는 보증금 반환문제를 일시 피해 가는 임시방편일 뿐, 아랫돌 빼서 윗돌 궤는 격이다.
회원들은 봉인가.

당국은 회원제 골프장들의 총투자비와 분양한도를 관리하고 무기명 분양대금이 기존 회원들의 입회보증금 반환용으로만 사용되도록 철저히 감독하라.

경기전망과 현재의 부채비율을 보면 무기명 회원권은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Better late than 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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