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승인액 감소, 방한 中관광객 급감
약 50년만의 3차 추경… 재정적자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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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수급 신청자들이 4월 6일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3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추가 확진자 수가 크게 줄고 대외적으로도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문제는 경제 충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영세 자영업자부터 기간산업 종사자까지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1분기가 지나면서 초유의 전염병 사태가 우리 경제를 얼마나 깊게 할퀴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숫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1분기 GDP-1.4%…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3개월 만에 최저치인 -1.4%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한 수치로 지난해 4분기에는 정부가 예산 이·불용을 최소화하는 등 재정 집행에 힘썼던 탓에 1.3%라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냈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한 수치는 1.3%로, 역시 2009년 3분기(0.9%) 이후 가장 좋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가 연간으로 -1.2% 성장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해외에서의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성장률을 집계하는 기관인 한국은행은 경기 후행 지표인 고용과 수출 악화를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역대급 일시휴직자 160만7000명
3월 기준 일시 휴직자가 통계청에서 집계를 시작한 1982년7월 이후 최대치인 160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2019년 3월 일시 휴직자 수는 34만7000명에 불과했다. 1년 새 363.4% 폭증한 것이다. IMF 때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이 같은 현상은 없었다.
통계청에선 일시 휴직자를 ‘직업 또는 사업체를 갖고 있지만, 일시적인 병이나 사고, 연가, 교육, 노사 분규 등의 사유로 일하지 못한 취업자’로 정의한다.
취업 시간이 0시간임에도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따라 취업자로 규정하는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선 기존 직원을 해고하거나 새로운 직원을 들이는 것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나은 선택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교육 서비스업 등 대면 접촉이 필요한 업종에서 일시 휴직자가 크게 늘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카드 승인액 29개월 만의 감소 전환
3월 기준 국내 카드 승인액이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는데, 이는 2017년 10월(-0.8%) 이후 2년5개월 만이었다. 카드 승인액은 내수 상황을 가늠해보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살펴보고 있는 속보 지표 중 하나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신용카드 승인액이 52조원, 체크카드 승인액이 14조50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2%, 7.6% 줄었다.
2월까지의 업종별 상황을 보면 운수업(-44.4%),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40.5%), 숙박·음식점업(-7.1%), 교육서비스업(-5.2%),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3.7%) 등 민간 소비와 관련이 높은 업종들에서 타격이 있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29.5%), 대전(-25.3%), 제주(-22.2%), 경북(-21.5%) 등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거나 관광수입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내수 위축세가 두드러졌다.
실제 1분기 민간 소비는 전기 대비 -6.4% 감소했는데, 1998년 1분기(-13.8%) 이후 22년 만에 최저치였다.
중국 관광객 -96.5%, 집계 이후 최대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3월에 전년 대비 -96.5% 급감했다.
감소 폭은 1998년 월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컸다. 이동 제한 등 광범위한 봉쇄 조치를 취한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종교·실내체육·유흥시설 운영 중단 권고 등 비교적 낮은 수준의 조치만을 취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93%인 72억명이 외국인을 상대로 국경을 부분 또는 전부 봉쇄한 국가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같은 봉쇄 조치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39억명 이상이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강력한 봉쇄 조치가 내려질 때 1개월마다 GDP 성장률이 2%포인트(p)씩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주요국 봉쇄 조치가 당분간 지속된다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도 상당할 것이고, 대외 개방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