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Club)의 탄생배경과 그 진화 과정을 보면 참 흥미롭다.
초창기 원시적 골프는 양치기 소년들이 양몰이 막대기나 늘 갖고 다니던 지팡이를 이용하여 돌멩이를 멀리 보낸다든가 또 어느 구멍에 넣기시합을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원시형의 골프가 탄생 가능했던 지역적 여건은 600여 년 전 양목축이 발달했던 스코틀랜드가 가장 적합했다.
‘Golf’라는 용어는 1457년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2세가 발표한 ‘골프와 축구 금지령’에서 최초로 등장한다. 당시 스코틀랜드 귀족사회에서 골프의 성행으로 군인들이 활쏘기 훈련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었다.
‘Club’이란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단단하고 무거운 막대기(Heavy stick)’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덴마크 바이킹들이 쓰던 해머처럼 끝이 뭉툭한 방망이 무기들을 클럽이라고 불렀다.
즉 공을 치는 헤드부분의 형태가 곤봉처럼 불룩하고 두꺼우면 ‘골프클럽’, 아이스 하키처럼 밋밋하면 ‘스틱’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골프클럽’이라는 용어의 최초 사용기록은 1502년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4세가 전쟁무기인 활을 만드는 장인에게 골프장비를 주문한 문서에 ‘왕이 사용하는 클럽과 볼’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된다.
당시의 원시형 골프채를 보면 구조적으로 우드의 형체와 그 특징을 보여준다. 지금과 같은 헤드/샤프트의 구조가 아니라, 곧은 나무를 뿌리채 뽑아 다듬어서 사용했다.
뿌리에서 줄기로 이어지는 부분에 자연스레 라이각(Lie角)이 생겨서 현대의 우드와 비슷한 형태다. 헤드 페이스는 예외없이 얇고 긴 롱노즈 (Long nose) 타입으로 심지어 헤드의 힐(Heel)에서 토우(Toe)까지 6인치나 되기도 한다.
당시 클럽의 주재료는 오얏나무나 살구나무 등 과수목이었고 골프공도 나무를 깎아서 만들었다.
현존 가장 오래된 채는 스코틀랜드의 트룬 골프클럽에 소장된 1530년대 제작된 6개의 우드와 2개의 아이언이 있다.
샤프트는 길고 가늘며 로프트도 없는 수직 Face 모양으로 중량은 요즘의 몇 배 이상 600g까지도 된다. 샤프트는 탄성이 거의없고 스윙반경을 크게 또는 채의 길이 조정으로 거리를 냈다. 나무를 굵게 깍아서 강도를 높였고 채의 구성은 대개 3~4개의 우드가 전부다.
가볍고 강하며 탄성이 있는 샤프트는 1800년대 히코리나무(Hickory 호두나무과)를 쓰면서부터 탄생했다.
특히 영국의 로버트 포건(Robert Forgan 1864~1906)이 헤드와 샤프트의 연결 방법을 현재의 삽입법으로 획기적인 개량을 했다. 헤드는 감나무로 샤프트는 물과 습기에도 변질되거나 뒤틀림이 없는 히코리나무를 쓰기 시작했다.
골프채에 메이커의 이름이 붙기 시작한 것은 일찌기 1600년대 부터라 할 수 있다. 주로 제작자 이름을 써서 윌리엄, 메인, 안드레이, 헨리, 딕슨 같은 장인들의 이름이 채에 새겨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골프채 제조자들 대부분이 활이나 화살 창 방패등을 손으로 만드는 무기제조 장인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초기의 골프클럽은 활이나 화살 등의 무기들과 동일한 명장(名匠)에게서 태어난 형제지간이나 다름 없었다.
아마도 활이나 골프채도 나무나 활대의 탄성을 이용하여 비거리와 방향성을 만들어 내려는 공통점 때문에 활 장인이 골프채도 잘 만들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화살이나 골프공의 본질은 공히 재질의 탄성에 의해 발생되는 추진에너지를 받아서 똑바로 멀리 날려 보내는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은 현대에 와서도 동일하여 탄성이 좋아서 고급 샤프트의 대명사인 보론 그라파이트(Boron Graphite)와, 가볍고 강하며 반발력이 우수한 헤드소재인 티타늄 (Titanium)은 항공우주 산업이나 신무기 군수산업에서도 중요한 재료로 응용되고 있다.
현대전의 첨단 무기도 골프공처럼 탄(彈)을 ‘똑바로 멀리’ 또는 ‘정확히’라는 궁극적 목표를 지향한다.
골퍼들의 대화 가운데 ‘칼을 간다’는 섬찟한 말도 있다.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전기(戰技)전력(戰力)을 연마한다는 뜻이다. 라운드는 ‘손자병법 골프’에서 처럼 전투와 닮았고 코스는 전장(戰場)과 같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또 골프채는 전투에서 병력이나 무기와 같다는 점도 골퍼들은 공감한다. 그런데도 골프 초창기에는 무기(활,창)를 만드는 장인들이 골프채도 만들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아는 골퍼는 드물다.
이처럼 골프채의 변천은 군사무기 소재의 발전과정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골프와 전투는 채의 선택요령과 용병 무기 장비운용술이나 제조하는 과정까지 서로 공유하거나 아주 유사하고,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은 정말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