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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상식과 양심 ‘이용수 할머니’

배후 논란에 이용수 할머니 “내가 바보냐, 치매냐”… 강력 반발
통합당, 윤미향과 옹호한 이해찬에 맹공… “방탄국회 우려돼”
하태경 “윤미향 위안부 운동의 과거 적폐, 이용수는 미래 비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달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달 7일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이 이사장을 지냈던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사용의 투명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한 이후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당선인 사이의 갑론을박, 이른바 친문으로 대표되는 범 여권과 보수 야권 사이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연과 수요집회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윤미향 당선인은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후 검찰이 정의연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어졌고 국세청, 행안부 등도 정의연의 기부금 용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핵심인 윤미향 당선인은 열흘 넘게 두문불출 한 채 최근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 대해 정면대응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 야권은 물론 일부 국민들은 “조국 일가 관련 사태에 이어 ‘정의’를 앞세운 일부 좌파의 ‘위선과 민낯’이 다시 한번 드러난 사건”이라면서 “민주당과 윤미향 당선인은 사과나 진실을 규명하기는 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김어준 등 일부 친문진영 측에서 불거진 배후설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용수 할머니는 최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등이 제기한 배후설에 대해 “내가 바보냐, 치매냐”라며 “백번 천번 얘기해도 나 혼자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딸 같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한테 내가 이거(기자회견문) 썼는데 이거를 좀 똑바로 쓰라고 했다”면서 “이걸 보고 그대로 써달라고 했는거(지) (내용은) 내가 생각하고 내가 했는…떳떳하다”고 강조했다.

앵커가 직접 작성한 초안을 가지고 있냐고 질문하자 이 할머니는 “있다”면서 "보내 달라고 하면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누구도 의논한 것 없다”면서 “내가 혼자 해야지, 내 일인데 내가 해야 할 일이지”라고 재차 강력 부인했다.

1차 기자회견 당시 이 할머니 옆에 있던 최용상 가자인권평화당 대표가 배후로 의심받는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할머니는 “(내가) 기자를 어떻게 모으겠나 하는 생각으로 (그 사람이) 기자를 잘 알잖아, 기자를 데리고 와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라디오에서도 정의연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단체가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 할머니는 지난달 25일 2차 기자회견 당시 이같이 말해 새로운 논란으로 떠오른 바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21대 국회 개원을 3일 앞둔 지난달 27일 침묵을 고수하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윤 당선인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향해 “21대 국회를 윤미향 방탄국회로 시작하려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헌법 44조는 국회의원에 대해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회법상 회기 중 의원을 체포하려면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하나, 지금까지 현역 의원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적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이후 한 번도 없어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21대 국회가 윤 당선인이 불체포특권을 누릴 방탄국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며 "민주당은 ‘윤미향 감싸기’를 중단하고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할머니들이 바라는 문제의 해법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혹한 역사를 몸으로 겪으신 이용수 할머니의 절절한 증언마저 ‘역사 왜곡’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매도할 작정인가”라며 “정부지원금과 기부금 횡령 의혹 수사대상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 살리자고 위안부 할머니를 ‘토착왜구’니 ‘치매’라 조롱하는가”라고 꼬집었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공동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인 박성중 통합당 의원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번에 이용수 할머니가 30년간 기부금에 이용당했다고 했다”며 “TF는 기부금 관련한 부분들에 대해서 정부 보조금의 공시 누락이나 윤미향 당선인의 개인 계좌를 통한 기부금 횡령 의혹이라든지 이런 것을 문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도 지난달 28일 “윤미향은 개혁해야 할 구시대 위안부 운동의 과거 적폐이고, 이용수 할머니는 새시대 위안부 운동의 미래 비전”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적은 뒤 “문 대통령이 이 할머니를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하 의원은 “통합의 정치를 위해선 여권의 잘못을 대통령께서 바로 잡아야 한다”며 “이용수 할머니는 친문 핵심들과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수수방관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운동 방식을 비판해온 박 교수는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렵게 목소리를 낸 할머니가 공격받고 나눔의 집 고발자들의 신변이 위태로워지고 있는 정황이다. 내가 교류했던 할머니는 그것을 예상하고 끝까지 두려워하다가 돌아가셨다”고 적었다.

박 교수는 “진작부터 이의를 제기한 이들이 없지 않았음에도 주류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라며 “할머니들의 피맺힌 호소가 정작 가 닿아야 할 사람들한테 오히려 배제된 건, 주변인들이 중심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운동이 종교가 되고 만 이유”라며 “할머니들에 관한 관심보다 소녀상에 대한 열기가 높았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수천 명을 동원해 이뤄진 김복동 할머니의 거대했던 장례식은 바로 그런 정황의 상징”이라고도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페이스북에 “역사의 피해자인 할머니들께 적반하장으로 2차 가해를 하는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역사에 대한 대한민국의 상식과 양심이 걸린 사건"이라며 "친일 반일 진영 논리로 가해자를 옹호하는 몰상식은 정당성이 없다”고 했다.
강현주 기자olda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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