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비율 42.5%, 3차 추경 30조 예상… 국채 발행시 44.1%까지↑
KDI “기준금리 0% 수준으로 낮춰야… 중장기적으로 증세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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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현장 신청 첫 날인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금호2.3가동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신청서 접수를 하고 있다.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4%를 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던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이 지난 1분기말 감소 전환했다. 해외에 갚을 돈인 대외채무가 큰 폭 늘어난 영향이다.
외채 중에서도 단기외채가 급증하면서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7년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2020년 3월말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은 3월말 기준 4642억달러로 전분기말보다 164억달러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8년 9월말(4622억달러)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6월말 이후 9개월 만이다.
순대외채권은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받아야 할 돈(대외채권)에서 갚아야 할 돈(대외채무)을 뺀 수치로 국가의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낸다. 지난 2008년말 이후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순대외채권이 감소한 것은 해외에서 받을 돈인 대외채권이 9500억달러로 25억달러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대외채무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해서다. 대외채무는 4858억달러로 전분기말보다 188억달러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외채가 140억달러 불어났다.
단기외채가 급증한 가운데 준비자산(외환보유액)이 86억달러 줄어들면서 단기외채비율은 37.1%로 껑충 뛰었다. 지난 2012년말(39.1%) 이후 7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단기외채 비율이 높을수록 그 나라의 대외지급능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총외채(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30.6%로 올라 지난 2012년말(31.3%)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645억달러 늘어난 5654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다시 경신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대외금융부채) 잔액을 뺀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가 급감한게 주로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른 대외금융부채 감소액은 915억달러로 집계됐다. 증권투자에서만 1205억달러 감소했다. 대외금융자산도 270억달러 줄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2%다.
코로나19로 민간 소비 위축과 수출 감소로 지난해 11월 예상했던 2.3%보다 2.1%포인트(p) 낮췄다. 물가 상승률을 포함한 경상성장률은 0.6%로 예상했다.
만약 KDI의 예상대로 올해 경상성장률이 0.6%로 하락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하면 2차 추경 편성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2.5%까지 오르게 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월 올해 본예산을 국회에 제출할 당시 올해 경상성장률이 3.8%를 기록하면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9.8%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3월 1차 추경 때 10조3000억원의 국채 발행 계획을 밝히면서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3.4%로 낮췄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815조5000억원으로 늘어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 때 3조4000억원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면서 국가채무 규모는 1차 추경 이후인 815조5000억원에서 819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1.4%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경상성장률이 하락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상승하게 된다. KDI의 예상처럼 경상성장률이 0.6%까지 하락하면 정부가 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예상한 국가채무비율보다 1.1%p 올라가게 된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3차 추경을 편성하면 국가채무비율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30조원 안팎에 이를 거라는 3차 추경 규모를 모두 국채로 충당하면 국가채무는 849조원으로 늘어나고 국가채무비율은 44.1%까지 급등한다.
내외 기관들 전망치처럼 우리나라가 마이너스(-) 성장할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5%,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0.1%를 제시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3%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지면 국가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높아지면 중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내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계획이다.
지출이 빠르게 늘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채무비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복지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재정 수입을 확충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현주
기자oldage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