射魚指天 사어지천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늘을 향한다, 당치 않는 일을 하려한다
쏠 射 고기 魚 가리킬 指 하늘 天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秦(진)나라의 丞相(승상, 황제의 수석 보좌관, 국무총리급)인 呂不韋(여불위)가 諸子百家 (제자백가)의 학자 3000명에 의뢰하여 편찬한 책 ‘呂氏春秋’여씨춘추)가 있다.
위의 성어는 ‘呂覽’(여람)이라고도 불리는 이 책에 나오는 말로 어림없는 일을 비유할 때 사용됐다.
당시 완성된 이 책을 저자에 걸어놓고 一字千金(일자천금), 한 글자 한 구절이라도 고칠 수 있으면 천금을 주겠다고 할 정도로 완벽한 편집임을 자랑했다.
물고기를 잡으러 하늘로 향한다는 말은 ‘산에서 물고기 잡기’ 란 속담으로 孟子(맹자)가 말한 緣木求魚(연목구어)를 번역한 것 처럼 뜻이 같다.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는 사람에게 어리석음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허무맹랑한 욕심을 앞세워 일을 저지르고 빈털터리가 된 사람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허황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인간들을 비유하고 훈계하는 말은 아주 많다.
‘바다에 가서 토끼 찾기’‘솔밭에 가서 고기 낚기’ 거북의 등에서 털을 긁는다는 龜背括毛(귀배괄모), 얼음을 두들겨 불을 구하는 敲氷求火(고빙구화) 등등.
여기에 물고기를 잡기 위해(射魚) 하늘을 가리킨다(指天)는 성어가 한 가지 더 더해진 셈이다. 예전에는 창이나 화살로 물고기를 잡았다는데 그렇다 해도 하늘로 향해 창을 던지거나 활을 쏘아서는 물고기가 잡힐 리가 없다.
또 여씨춘추에는 임금과 신하의 직분을 정한다는 ‘審分覽(심분람)의 知度(지도)’ 편도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는 어떠한 사람을 기용했는가에 따라 흥하고 망했다면서 예를 들어 보이고 있다.
宋(송)과 齊(제)나라에서는 唐鞅(당앙)과 蘇秦(소진)을 기용한 결과 멸망의 길로 들어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의 ‘人事(인사)가 萬事(만사)’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대목으로 가당치도 않은 일을 기대하는 어리석음을 경고하는 메시지다.
君主(군주)들이 적임자가 아닌데도 私的 (사적)인 판단을 기준으로 사람을 기용하여 공적이 있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하짓날에 밤의 길이가 낮의 길이보다 더 길어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고(譬之若 夏至之日而欲夜之長也,비지약하지지일이욕야 지장야), 물고기에 활을 쏠 때 하늘을 겨냥하고서 화살이 물고기에 명중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射魚指天而欲發之當也,사어지천이욕발지당야)’ 고 했다.
前漢(전한)의 학자 劉向(유향)도 그의 교훈집 ‘說苑(설원)’에서 舜禹(순우 : 중국고대사 전설속의 舜임금과 禹임금)같은 賢君(현군)도 인재를 고르기가 가장 어러운 일이라고 실토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聖君(성군)밑에 賢臣(현신)이 나기 마련 이지만 이러한 인재를 맞이하기 위해선 三顧草廬(삼고초려 : 초가집을 세번이나 찾아간다, 즉 인재를 맞아 들이기 위해 참을성 있게 노력하고 마음을 쓴다)를 하고, 식사와 세수도 중단하면서까지 인재 고르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최근의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도 이런 실패한 인사사례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총선 비례대표로 모셔와서 당선시키고 보니 엄청난 부동산 투기꾼이었고, 또 위안부 피해자들을 돌보기 위한 시민단체의 長(장)으로 세워 놓았는데 알고보니 양파껍질처럼 회계 부정비리가 끝도없이 드러나고 있어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은 격이 되었다.
유명대학 법대교수를 같은 코드에 덕망도 있다고 보아 장관으로 중용했더니 온 가족이 사리사욕 불법행위에 개인비리 덩어리로 밝혀졌다.
삼고초려 노력도 없이 學脈(학맥)과 人脈(인맥)으로 사람을 고르고 같은 패거리 코드에 맞는 인물만 기용한 결과, 인사가 '亡事'(망사)가 되고 말았다.
이런 타락한 인재를 뽑아 公明正大한 업무처리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가당치 않은 일이요,
射魚指天, 물고기를 잡으러 하늘로 향하거나, 緣木求魚, 산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