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영웅이자 간도특설대' 백선엽 안장 논란으로
野 "호국영웅", 원희룡 "서울 현충원에 안장해야"
김홍걸 "학살·독재 협력…전공만으로 용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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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주관하는 백선엽 예비역 대장 백수연이 열린 지난 2018년 11월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백 대장 앞에 무릎을 꿇고 다정히 두손으로 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
여권에서 제기한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친일파 파묘 주장이 백선엽 장군(예비역 대장)의 현충원 안장 문제로까지 번지는 등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이수진 당선인(서울 동작을)이 지난 2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운암 김성숙 선생 기념사업회가 개최한 '2020 친일과 항일의 현장, 현충원 역사 바로 세우기' 행사 자리에서 '친일파 파묘'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 당선인은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친일파를 현충원에서 파묘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며 "작년까지 여러 차례 시도 했지만, '친일파 파묘' 법률안이 통과가 안됐다. 현충원에 와서 보니 친일파 묘역을 파묘하는 법률안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친일파 파묘' 문제가 화두에 오르자 올해 100세로 생존해 있는 백선엽 장군의 사후(死後) 국립묘지 안장 문제가 새삼 불거졌다.
창군 원로인 백 장군은 해방후 군사영어학교를 거쳐 국군의 전신 격인 국방경비대에 입대, 6·25전쟁에서 1사단장, 1군단장, 육군참모총장 등을 지내고 1960년 예편한 뒤 주중·주프랑스 대사관 대사와 교통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백 장군은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고 평양에 가장 먼저 입성하는 등 국군에서 활약한 전쟁영웅이기도 하지만, 일제시대 당시 봉천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일제 만주군 소위로 임관해 독립운동가를 탄압했던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전력이 있다.
이에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등재돼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친일청산 문제는 아직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회 곳곳에서 갈등현상이 노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정치인들이 편향된 시각의 역사적 사실을 기정사실화해 '현충원에서 파묘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국민 선동이며 '역사 바로 세우기'가 아니라 '역사 뒤집기'"라고 비난했다.
향군은 백 장군에 대해선 "일제의 강압적 체제 아래서 불가피하게 일본군에 입대하여 복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 '반민족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평가이며 사실왜곡"이라며 "이는 해방 후 창군에 참여하여 김일성의 불법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에서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고 공산화를 막아낸 전쟁영웅들의 명예를 짓밟는 반민족적 행위"라고 했다.
보수 야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권 일각에서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거부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며 "(백 장군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만든 호국 영웅이다. 그런 영웅을 현충원 안장 못하게 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지키다가 산화한 모든 군인들에 현충원 (안장) 자격이 없다는 것과 같다"고 힐난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국가보훈처가 백 장군측에 사후 국립묘지 안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한 뒤,
"이 정도면 국가보훈처가 아니라 국가망신처다. 이게 나라다운 나라인가"라며 "요즘 집권여당에서 현충원 파묘(破墓)론을 말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과의 약속을 깨는 파담(破談)"이라고 맹비난했다.
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도 페이스북에 "백 장군님을 위한 자리는 서울 현충원에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백 장군님은 6·25전쟁 영웅으로 자유대한민국을 구한 분이고 ‘6·25의 이순신’이라고 평가해도 될 것이다. 대한민국 법에 의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는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거들었다.
반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민주당 당선인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친일파 군인들의 죄상은 일제강점기에 끝난 것이 아니고 한국전쟁 중 양민 학살이나 군사독재에 협력한 것도 있기 때문에 전쟁 때 세운 전공(前功)만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다"면서 안장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 당선인은 "백선엽 씨를 '근거 없이 친일파로 매도한다'는 주장도 거짓"이라며 "일본에서 발행된 백선엽 씨의 책을 보면 '조금 후회스럽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며 만주군 간도 특설대 시절 본인의 친일행적을 고백하는 내용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드는 노력도 해야겠지만 유족들이 계속 이장을 거부한다면 비석 옆에 친일행적에 대한 안내표식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