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 국회서 ‘우리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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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공부방 제1강 ‘우리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0일 이른바 조국 사태를 빗대어 “비리를 처리하는 방식이 놀랍다”며 “잘못한 게 없고 기준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하면서 기준을 무너뜨려버리는,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초청 강연에서 “사람들은 과거에 비리를 저지르면 정의의 기준에 벗어났다는 걸 사과하고 반성한다면, 최근에는 이걸 이상하게 처리해버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직도 사람들이 착각하는데 지금 민주당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시절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그 분들은 철저한 자유민주주의자였고 철학을 가진 분들이고 이를 실현하기위해 싸웠던 분들인 반면 지금 민주당 주류가 된 386, 이제 ‘586’이 사람들은 다르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엄밀하게 말해서 자유민주주의와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NL(민족해방)이냐 PD(민중민주)냐 이런 것도 아니다”라며
“이들은 진리 자체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진리 기준을 자기들이 세워버린다. 허위를 진리로 만드는 것, 허위를 사실로 만드는 게 그들의 진리인양 부도덕을 새로운 도덕으로 만드는게 그들의 윤리관념”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정치란 이해와 견해를 달리 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하는 과정이지만, 운동권은 정치를 기본적으로 선악의 대결로 본다”며
“그들의 정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군을 방어하고 적군을 제압할 때 세워진다. 이들이 정의의 기준을 무시해가면서까지 필사적으로 아군을 방어하는 것은, 그것을 자기들 고유의 정의를 세우는 길로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고는 “정의의 기준을 무시하면서까지 끝까지 자기편을 편든다”며 “자기들이 이겨야 되는 게 최고의 정의이고 그걸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되고, 적은 무조건 배척하고 아군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게 조국 사태 때 나타났고 지금도 또 나타나고 패턴처럼 계속 반복된다”고 했다.
아울러 여권을 향해 “법과 도덕과 윤리를 사회보편의 이익이 아니라, 지배계급(부르주아)의 특수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본다”며
“자기들이 곧 선이요 정의요, 나아가 보편이익의 진정한 대변자라 굳게 믿기에 자기들을 향한 검찰 수사나 기소는 보편적 정의를 집행하는 행위가 아니라 검찰조직의 특수이익을 지키는 행위로 간주된다”고 했다.
특히 “과거 같으면 검찰을 ‘정권 앞잡이’라고 할텐데 자기들이 정권을 갖고 검찰총장을 임명했으니 이제 그렇게 못하게 된 상황”이라며
“그러니 검찰을 조직 이기주의라고 하는 거고, 검찰이 자기들을 기소하는 건 보편적 정의를 위한 게 아니라 검찰의 특수이익을 지키기 위한 당파적 이익이라고 하면서 서초동으로 몰려와 데모하는 것이다. 황당하지만 그들 코드에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 된다”고 비난했다.
또 “독재정권하의 사법은 결코 정의롭지 못해 국보법이나 집시법과 같은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 당시에는 불법이 아니라 외려 정의로 여겨졌다”며 “이 인식이 사회가 민주화된 후에도 습관처럼 남아 있어 법을 어겨도 자신이 여전히 정의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그러니까 민주화된 이후에도 옛날 습관이 그대로 남아 갖다쓰는 것”이라며 “저들이 원하는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자기들이 잘못했을 때 그걸 정의라고 말해줄 수 있는 조직으로,
원래 추구한 검찰개혁 의의를 180도 뒤집어서 옛날엔 그들이 저편을 위해 봉사했다면 이젠 우리편을 위해 봉사하라는 프로젝트로 광범위하게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또 “최근 법을 어긴 자들이 외려 검찰을 질타하는 이상한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며 “최강욱 의원이 재판 도중에 법정을 떠나려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인권 신장에 기여했다”고 반어적으로 표현했다.
아울러 “권력을 잡고 의회를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자신들이 정의롭던 386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정권을 잡고, 의회를 장악한 586세력은 아직도 학생운동 시절의 ‘상상계(imaginary)’에 사로잡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 사회의 지배계급으로 등극해 특권적 지위를 2세에게 세습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민중의 보편적 이익을 위해 싸운다는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며 “최근 우리사회에서 정의의 기준이 무너져 내린 것은 이들 586세대가 자신의 정체성을 ‘오인(méconnaissance)’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이 청문회 때 ‘나는 사회주의자입니다’ 라고 하잖나. 그 사회주의가 거울상”이라며 “난 아직도 민중을 위해 싸우는 혁명의 전사라는 고결하고 순결한 자기 이미지, 혁명은 다 사라졌는데 티셔츠 위에 인쇄된 체게바라 같은, 강남에 살지만 내 의식은 정의로워, 그러니 더 멋있어 그런 것이잖냐”고 되물었다.
진 전 교수는 “586이 몸 자체는 지배층이고 기득권층인데 머리는 의심좌파”라며 “그런 586세대를 젊은 세대들은 위선적이라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평등’을 말하지 않는다. 사회적 부가 사회 전계층에 골고루 돌아갈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그 대신에 그들은 ‘공정’을 요구한다.
즉 경쟁의 절차와 과정이 공정하기만 한다면, 그 승부의 결과로 부과되는 불평등은 기꺼이 용인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조국 사태는 평등의 이념을 내버린 586세대가 기득권을 제 자식들에게 세습해 주기 위해 공정의 가치까지 훼손한 사건이었다”며 “공부만 잘하면 되는 그런 기회도 빼앗아버린 것이다. 자식 세대한테 뭘 주는게 아니라 자기 자식한테만 기득권을 물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와 함께 할 장기적인 기획이 필요하다”며 “날로 극심해질 양극화와 고령화, 그리고 고용의 불안정성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지속적인 발전을 해나가게 해 줄 전략이 필요하다. 그 발전은 당연히 사회의 모든 계층을 포용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가 개입해서 공정하게 재분배해주는 이런 걸 그들(젊은 세대)은 꿈도 안 꾼다. 국가가 그런 것까지 해주리라 아예 기대를 안 한다”며 “국가가 안 해주면 내가 하겠다는 거다. 내 실력으로 하겠다는 거다. 그러니 제발 게임의 규칙이라도 공정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진 전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다시 한번 ‘정의’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여기서 정의란 그저 과정의 공정성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정의는 결과의 평등까지도 고려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능한 초기조건을 평등하게 만들어줘서 경쟁은 공정해야 되고, 그 경쟁에서 비롯되는 결과의 불평등은 어느정도 용인해야 하지만 그 불평등 정도가 과도할 경우엔 수정해야 한다”며
“이게 우리의 과제이다. 보수의 과제도 진보의 과제도 아니고 모두의 과제다. 진보든 보수든 실패한 지점에서 다시금 정의와 공정을 세우는 게임을 다시 시작할 때”라고 당부했다.
노원철 기자